• 한국문화사
  • 20권 광고, 시대를 읽다
  • 제3장 광고 산업의 변천
  • 4. 광고주의 변화
  • 1970년대 광고주
이병관

1970년대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지속한 시기였다. 이 시기 한국의 경제 구조는 농업국에서 공업국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수입 자유화와 외국 자본의 도입 확대로 코카콜라, 펩시콜라, 킴벌리 클라크, 칼텍스, 유니온 등 다국적 기업의 제품이나 브랜드 수입이 급속히 증가하였다. 1982년까지 식품이 66개 업체, 의류·신발 35개 업체, 화장품 17개 업체 등으로 약 120개 업체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실정이었다.

1970년대에는 연평균 10% 이상 GNP가 성장하였고, 한국 광고 업계에 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60년대에 광고 시장을 주도한 것은 제약업, 식품업 등이었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는 자동차, 기계, 식품, 석유, 화장품 등이었다. 코카콜라, 펩시콜라, 아이스크림, 라면, 라디오, 흑백텔레비전,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 등의 판매전이 벌어짐에 따라 1970년대에는 광고의 주도권이 서서히 제약업에서 식품, 가전 부문으로 넘어갔다. 즉 광고비 분포를 보면 1970년대 초기까지 제약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10대 광고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1969년 10대 광고주 순위 안에서 3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7개사가 제약 업체이었으나 1974년에는 해태 그룹, 태평양 화학, 동아 제약, 럭키 그룹, 유한 양행, 종근당, 미원, 한독 약품, 제일 제당, 롯데 제과 순으로 4개 업체가, 1977년에는 동아 제약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규모로 볼 때도 1960년대 후반에 국내 총광고비의 70%나 되던 의약품 광고 비율이 1978년 10.7%, 1979년 10.4%로 크게 감소하였다. 특히 1977년에 10위였던 삼성전자가 1년 만인 1978년에 2위의 광고주로 급부상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189) 김민환·김광수,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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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텔레비전 광고
1970년대 텔레비전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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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광고 산업의 특징으로는 제약 광고의 주도권 상실과 함께 새로운 대형 광고주층으로 도약한 식품과 가전제품의 활발한 광고 경쟁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경쟁 중에는 가전제품의 대형 광고전, 미원과 미풍의 조미료 광고전이 유명하였다. ‘별들의 전쟁’이라고도 부른 가전 업체의 경쟁은 신문 윤리 위원회의 경고까지 받을 만큼 치열하였으나 업종 자체가 기본적으로 기술 개발에 따른 경쟁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이었다.190) 김문성, 앞의 글.

1926년에 출시된 일본 기업 아지노모도의 뒤를 이어 미원은 광복 후 인공 조미료 시장을 장악한 국 내 브랜드이다. 사실 미원은 일본의 아지노모도를 모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광고에서조차 ‘아지노모도와 품질이 같다’라고 밝히고 있다. 미원(味元)이라는 브랜드도 사실 아지노모도(味の素)를 차용한 것이다.191) 마정미, 앞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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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의 1960년대 광고
미원의 1960년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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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의 1970년대 광고
미풍의 1970년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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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삼성 그룹이 군소 조미료 생산 업체들을 인수해 미풍(味豊)이라는 브랜드로 미원이 독점하고 있던 조미료 사업에 뛰어들면서 미원과 미풍의 광고전이 불붙었다. 당시 미원은 조미료를 뜻하는 보통 명사처럼 자리 잡고 있어 미풍은 절대 약세였다. 삼성 그룹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추격전을 전개하였지만 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무장한 미원을 따라잡지 못하였고, 오히려 조미료 시장에서 미원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해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절치부심하던 삼성 그룹은 1975년 ‘다시다’로 역전에 성공한다. 다시다는 기존의 화학 조미료인 MSG에 쇠고기 가루, 파·마 늘·양파 양념 등의 천연 양념을 첨가한 천연 조미료임을 내세워 기존 화학 조미료와 차별화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다시다는 당시 텔레비전 드라마 전원 일기로 한창 주가를 높이던 탤런트 김혜자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여 ‘쇠고기 국물맛 쇠고기 다시다’라는 카피로 미원의 소비자를 공략하였다. 1982년 미원이 뒤늦게 ‘맛나’를 내놓고 탤런트 고두심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반격하였지만 이미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다시다의 벽을 허물지는 못하였다.192) 마정미, 앞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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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과 미풍
미원과 미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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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탄산음료 업계의 경쟁도 광고 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광복 당시 우리나라에는 서울 사이다, 금강 사이다, 삼성 사이다, 스타 사이다 등 사이다 상품이 네 개나 있었다. 칠성 사이다는 1950년 5월에 설립한 동방 청량음료 합명 회사에서 만들었는데, 1970년대에 들어서서 시장 점유율 1위로 부상하였다. 1968년과 1969년에 각각 국내에 상륙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국내 탄산음료 시장에 대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1969년 탄산음료 시장의 구성비를 보면 칠성 35%, 서울 10.2%, 코카콜라 25.5%, 펩시콜라 24.3%를 점유하고 있었다.193) 김민환·김광수, 앞의 글. 이러한 상황을 1970년 『한국 경제 연감』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각각 1968년과 1969년에 우리나라에 상륙함으로써 국내 청량음료 업계는 크게는 상륙품 대 국산 콜라로, 그리고 이는 다시 ‘코카’ 대 ‘펩시’ 및 국내 기존 업체의 ‘칠성’ 대 ‘서울’로 각각 판도를 압축하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는 총 68개의 청량음료 메이커가 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의 군소 업체들은 성수기 한철을 바라고 영세한 규모로 가동하고 있으나 상륙 ‘콜라’와 국내 대메이커에 눌려 1969년에 들어서면서 기업계 전반에 걸친 자금난 중압으 로 도산된 기업체가 많아졌다. 즉 1964년에 42개, 1966년에 48개, 1967년에 69개, 1968년에 81개까지 늘어났었던 청량음료 메이커 수가 1969년에 들어 13개 업체의 도산으로 68개 업체로 줄어든 것이다. ……

‘코카’와 ‘펩시’가 상륙하여 치열한 판매 경쟁이 벌어졌던 1969년에는 ‘칠성’의 시장 점거율이 대폭 후퇴하였지만 아직도 전 시장의 35% 정도를 점거하고 있어, 적어도 상륙 제품 ‘콜라’보다 10% 포인트 정도는 각각 앞지르고 있다.194) 『1970년 한국경제연감』, 전국경제인연합회, 1970, pp.290∼291.

코카콜라의 국내 상륙은 한국 광고의 국제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코카콜라는 당시 국내에서 이루어지던 광고 전략과는 전혀 다른 자신들만의 전략을 펼쳐 나갔다. 특히 철저한 시장 조사 및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광고 콘셉트를 정하고 연간 광고 계획에 따라 하나의 캠페인으로 끌고 나간다는 점은 우리나라에 없던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또한 모든 매체에 일관되게 광고 표현을 하는 것이나 제작비의 대담한 투입 등은 전례가 없는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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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광고
코카콜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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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는 연도별로 다양한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였는데, 1968년부터 1969년까지는 ‘마시자 코카콜라’, 1970년부터 1977년까지는 ‘오직 그것뿐’, 1978년부터 1980년까지는 ‘즐거움을 더해 주는 코카콜라’, 1981년부터 1982년까지는 ‘코카콜라와 함께 웃어요’, 1983년부터 1987년까지는 ‘코카 콜라 그것뿐’ 등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치밀한 코카콜라의 광고 캠페인은 국내 광고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함과 동시에 크리에이티브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다.195) 마정미, 앞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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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기업 광고
1970년대 기업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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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970년대는 삼성, 대우, 럭키 금성(현재 LG) 등의 대기업이 기업 이미지 광고를 시작하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926년 의약품의 오용과 남용 방지에 관한 유한 양행의 광고를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 광고라고 하더라도 현대적 의미의 기업 광고가 본격화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부터이다. 당시 대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현대, 럭키 금성, 대우, 해태, 롯데 등은 상품 판매를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기업 이미지의 창출이 중요함을 깨닫고 기업 광고에 눈을 돌렸던 것이다.196) 김문성,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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