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3권 다양한 문화로 본 국가와 국왕
  • 제2장 국왕과 그 계승자들
  • 4. 국왕을 양성하는 교육
  • 국왕으로서의 교육, 경연
김문식

왕세자나 왕세손이 왕위에 오르면 바로 경연이 시작되었다. 태조는 조선을 건국하던 날 발표한 교서에서 국가의 2대 정책 목표로 ‘농업과 양잠을 장려할 것’과 ‘학문을 일으킬 것’을 제시했다. 경제와 함께 교육을 중시했던 것이다. 태조는 또한 즉위 초에 국립대학인 성균관의 제도를 정비하고 국왕의 교육을 담당할 경연청(經筵廳)을 설치했는데, 이는 국왕 교육과 함께 국가의 핵심 관리를 배출하는 성균관 교육을 중시했음을 보여 주는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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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당야대지도(時敏堂夜對之圖)
시민당야대지도(時敏堂夜對之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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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경연은 고위 관리가 국왕에게 경전과 역사서를 가르쳐 유교의 정치 규범을 실천하게 할 목적으로 운영되었다. 강의의 종류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는 정규 강의와 국왕의 명령에 따라 실시하는 비정규 강의가 있었다. 정규 강의에는 강의 시간에 따라 새벽에 하는 조강(朝講), 정오에 하는 주강(晝講), 오후에 하는 석강(夕講)이 있었고, 비정규 강의에는 국왕의 명령에 의해 수시로 소집하는 소대(召對)와 야간에 있는 실시하는 야대(夜對)가 있었다. 이렇게 보면 조선의 국왕들은 하루에 다섯 번까지도 경연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는데, 세종이나 성종 같은 국왕은 매일 경연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52년간 왕위에 있었던 영조는 3,000여 회에 이르는 경연을 개최한 기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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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진강책목록(列聖進講冊目錄)』
『열성진강책목록(列聖進講冊目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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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이나 서연의 강의 교재는 송나라 때 정비된 중국의 제도를 수용하여 사서오경(四書五經)을 비롯한 경전(經傳)과 『사기(史記)』나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 같은 중국의 역사서였다. 그러나 시기가 내려오면서 『근사록(近思錄)』이나 『심경(心經)』과 같이 중국에서 편집한 성리학 계열의 도서, 『성학집요(聖學輯要)』나 『절작통편(節酌通編)』과 같이 조선에서 편집한 성리학 계열의 도서, 『고려사(高麗史)』, 『동국통감(東國通鑑)』, 『국조보감(國朝寶鑑)』 같이 조선의 역사와 역대 국왕의 정치를 조망할 수 있는 책이 교재로 추가되었다.

경연 교재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조선의 성리학이 발전하면서 조선의 학문적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중국과는 풍토와 인물이 다른 조선의 현실에 적합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의 국왕들은 경연 석상에서 경연관들과 당면한 국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는데, 조선의 역사서는 그 자료가 되는 것이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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