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식

조선시대의 국왕 교육은 보양청 교육, 강학청 교육, 서연, 경연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환경을 중시하는 교육이었다. 국왕 교육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 태교(胎敎)에서 시작되었는데, 왕실의 여인은 임신을 하면 태아를 위해 몸가짐을 삼가야 했다. 산모는 매일 성현의 말씀을 듣거나 외웠고, 색깔이 고운 옥과 수정을 바라보았으며, 산모의 거처에는 악사(樂士)를 배치하여 음악을 들려주었다. 왕자가 태어나면 유모나 내관, 스승, 동료들을 접촉하게 되는데, 이들을 선발할 때에도 후덕하고 건실한 성품을 가진 사람인지를 확인했다. 특히 내관은 고위직은 아니지만 왕자의 음식 습관, 생활 태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선발에 신중을 기했다.

둘째, 덕성을 중시하는 교육이었다. 환경을 중시하는 교육은 자연스럽게 덕성을 함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왕자의 주변에는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만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왕자는 이들의 행동을 따라 배우면서 덕성을 길러 나갔다. 또한 초학자 때에는 『소학』 교육을 통해 오륜(五倫)을 습득했는데, 스승 앞에서 옷을 갖추고 자세를 바로 한다든지, 아침에 일어나 왕실 어른께 문안하고 저녁에 잠자리를 보살펴 드리는 것과 같은 기본예절 교육으로 채워져 있었다.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에도 덕성 교육은 여전히 강조되었다. 장차 국가를 경영하는 책임자로서 다른 사람의 견해를 경청하고, 신하들을 공경하며, 백성들의 고통을 보살필 줄 아는 덕성을 갖추도록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셋째, 예제(禮制)를 중시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왕세자로 책봉되기 전후에는 여러 가지 전례(典禮)가 따랐는데, 왕세자로 책봉되는 책봉례(冊封禮), 성균관에 가서 교육을 받는 입학례(入學禮), 세자빈을 맞아들이는 가례(嘉禮)를 올렸다. 게다가 조선의 국왕은 오례(五禮)로 구성되는 국가 전례를 주관했는데, 의례의 종류가 많고 절차도 까다로운 것이 특징이었다. 따라서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에는 국왕이 주도하는 국가 행사가 있으면 왕세자가 반드시 수행하여 국가 전례를 익혔고, 중국의 사신이 왔을 때에는 왕세자가 국가를 대표하여 접대를 하기도 했다. 국가 전례의 절차를 잘 파악하고 주 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국왕에게 요구되는 기본 소양이었다.

넷째, 지식을 중시하는 교육이었다. 국왕 교육은 덕성 교육을 통해 심신을 단련한 후에는 지식 교육에 집중하는 학습 방식을 택했다. 왕세자 교육은 유교 경전과 역사를 강의하여 유교 도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두었는데, 경전 공부가 덕성의 함양에 치중하는 것이라면, 역사 교육은 역사적 지식과 안목을 갖추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실 국왕은 신하가 올리는 문서들을 읽고 처리할 능력을 갖추어야 했고, 유교 경전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정치 이념을 밝히거나 중국과 조선의 역사적 사례를 거론하며 자신의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했다. 그러자면 조선의 국왕은 많은 지식을 갖추어야 했고, 그 기초는 왕세자 교육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준비되었다.

다섯째, 체육과 예술 교육을 아울렀다. 국왕과 왕세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궁궐 안에서 보냈지만 여가를 위한 교육도 마련되어 있었다. 체육 교육 을 보면 어린 시절에는 건강을 위한 체조를 했고, 성장함에 따라 활쏘기와 말타기를 익히게 되었다. 신하들과 함께 활을 쏘고 말을 타는 것은 국왕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능이었다. 예술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왕세자는 우선 시 짓는 법을 배워야 했는데, 국가에 경사가 있을 때 국왕과 신하들이 어울려 시를 짓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또한 국왕은 서예, 그림, 음악에도 일정한 소양을 갖추어야 했으며, 그중에는 음악에 조예를 보이거나 서예나 그림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긴 국왕도 나타났다.

문과 무를 겸비하는 것과 함께 학문과 예술을 일치시키는 것은 조선시대 국왕 교육의 최종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