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3권 다양한 문화로 본 국가와 국왕
  • 제3장 궁궐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 3. 궁녀
  • 관례와 호칭
박홍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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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 날의 나인
관례 날의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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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로 입궁한 지 15년이 지나면 관례(冠禮)를 올렸다. 혼례를 겸한 일종의 성인식(成人式)이다. 사실상 신랑 없는 결혼식을 겸하는 것인데, 본가에서는 버선, 누비바지, 속치마, 장롱 등과 함께 잔치음식까지 장만하여 부모로서의 마지막 도리를 다하였다. 관례를 치르고 성인이 된 궁녀를 나인이라 불렀다. 관례를 올리기 이전까지는 일종의 견습 기간이었던 셈이다.

처음 입궐한 견습나인을 ‘애기 항아님’이라고 불렀다. 궁녀의 세계에서 상호 간의 호칭은 상궁에게는 ‘마마님’이라 하였지만, 그 아래 나인에게 는 ‘항아님’이라 불렀기 때문이다. 견습나인 시절에는 몸가짐과 말하기 등 궁중 법도를 배우는 것은 물론, 언문(諺文)과 『천자문(千字文)』을 비롯하여 『동몽선습(童蒙先習)』·『소학(小學)』·『대학(大學)』·『내훈(內訓)』·『열녀전서(烈女全書)』도 열심히 읽어야만 하였다. 아울러 글씨 연습도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였다.

입궁을 하였어도 관례를 올리기 전에는 ‘생각시’라 불렀다. 머리를 생머리로 빗는다 하여 생각시라 하였는데, 지밀·침방·수방의 각시만 머리를 맬 수 있었다. 하녀들이 생각시를 부를 때는 ‘생항아님’ 혹은 ‘애기항아님’이라 높여 불러야 했다. 특히 지밀생각시들에게는 왕이 부리는 생각시라 하여 어른 상궁도 ‘해라’ 식의 명령조로 하지 못하였고, ‘이러우, 저러우’ 투로 말해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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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시
생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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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을 돕는 하녀 중에는 물 긷기, 불 때기 등 궁궐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무수리, 각 처소 혹은 상궁 거처에 붙박이로 소속된 비자(婢子), 약방 기생(藥房妓生)이라고도 부르는 의녀도 있었다. 나인은 궁중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무수리나 비자는 궁궐로 출퇴근하였다.

아랫사람이 나인을 부를 때는 ‘김씨 항아님’, ‘이씨 항아님’ 식으로 높여 불렀고, 상궁이 나인을 부를 때는 성과 이름 사이에 ‘가’를 넣어, ‘이가○○’, ‘최가○○’ 식이었다. 아랫사람이 상궁을 부를 때는 ‘지밀 박씨 마마님’, ‘침방 정씨 마마님’ 식이었고, 나인 간에는 서로 ‘배씨 형님’ 혹은 ‘손씨 항아님’ 식으로 불렀다.

이렇듯 궁중 법도가 까다로워, 몸에 배도록 제대로 익히려면 대충 15년이란 견습 기간이 필요하였고, 이 기간 동안 충실히 노력해야만 완연한 궁녀가 될 수 있었다. 상궁은 궁녀 중에서도 우두머리였으니, 그 길은 곱절이나 더 멀고도 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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