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3권 다양한 문화로 본 국가와 국왕
  • 제4장 왕실의 권위와 상징물
  • 4. 궁중 유물
  • 궁중 기록화
  • 궁중 기록화와 화원
신병주

조선시대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궁중 기록화가 있다. 궁중 기록화에는 왕의 어진(御眞)을 비롯하여 왕의 행차, 궁중의 잔치, 궁궐의 배치 등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궁중 기록화의 제작에는 당대를 대표하는 화원(畵員)이 참여하였다. 1795년(정조 19) 정조의 화성 행차를 8폭의 병풍에 담은 수원능행도(水原陵幸圖)도 최고의 궁정 화가(宮廷畵家)이자 화원인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이후)의 손끝에서 이루어졌다. 19세기 전반에 제작된 동궐도(東闕圖)는 창덕궁과 창경궁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놓았다. 장독대, 소주방(燒廚房), 화장실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동궐도를 통하여 궁궐의 위엄과 아울러 생활공간으로서의 궁궐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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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환어행렬도(始興還御行列圖)
시흥환어행렬도(始興還御行列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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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조선시대 그림하면 김홍도, 신윤복(申潤福) 등이 그린 풍속화(風俗畵)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상 조선시대의 주요 기록화 와 초상화 등은 화원의 붓끝에서 이루어졌다. 조선시대의 화원은 국가의 공식 기구인 도화서(圖畵署)라는 관청에 소속되어 그림 그리는 일을 전문적으로 맡아 하던 사람을 말한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그림을 그려서 생계를 꾸려 나가는 미술가, 화가인 셈이었다. 따라서 조선시대 화원은 도화서를 중심으로 활동하였으며, 대개 국가에 필요한 실용적인 그림이나 기록화를 그렸다. 화원은 국왕이나 명망가(名望家)의 초상을 그렸으며, 지도를 제작하는 일도 조선 건국 초부터 화원의 몫이었다. 또한 기계류와 건축물의 설계도, 책의 삽화, 외교 사절을 수행하면서 외국의 풍물을 그리는 일도 화원이 맡았다. 즉 화원은 오늘날 기록 사진을 찍는 사진사 같은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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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종가례진하도병(憲宗嘉禮進賀圖屛)
헌종가례진하도병(憲宗嘉禮進賀圖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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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결혼식, 장례식, 궁중 잔치 등 국가의 주요 행사를 화원이 그렸으며, 우리는 이들 그림을 통하여 당시 행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왕실의 권위가 구현된 현장 상황을 접할 수 있다. 국왕의 혼인 의식을 그린 『가례도감의궤』의 끝부분에 나오는 반차도에는 결혼식에 동원된 사람과 말의 모습, 복장, 깃발 등 당시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그림을 그린 화원의 실명(實名)을 기록하여, 이들에게 책임감과 함께 자부심을 부여하였다. 특히 채색 그림은 선명도가 뛰어 나 오늘날에도 생생한 모습을 띠고 있는데, 이는 물감을 만든 재료가 식물이나 광물에서 채취한 천연의 재료여서 생명력이 오래 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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