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3권 다양한 문화로 본 국가와 국왕
  • 제5장 왕실 행사와 전례 음악
  • 4. 왕실 행사를 위한 악기 조성
  • 새롭게 제정된 제례악 연주를 위한 악기 제작
송지원

조선 후기에 새롭게 제정된 의례 중에 정조의 생부인 사도 세자를 모신 경모궁에서 치르는 경모궁 제례(景慕宮祭禮)가 있다. 경모궁 제례는 1776년(정조 즉위) 5월 1일에 제정되었는데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에 세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경모궁 제례를 올릴 때 필요한 악기·의물·관복 등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 과정과 악기를 만들 때 필요한 제작 재료, 재 료를 조달하는 과정, 필요한 재료의 용량, 악기 제작 관계자들, 악기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각 관청의 협조 사항, 악기 제작 후의 포상 관계, 제작 관련자들의 급료 문제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당시의 악기 제작과정과 결과의 전모를 알 수 있다.

경모궁 제례악은 아악이 아닌 속악에 속하였다. 따라서 이때 제작된 악기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편종·편경·방향·진고·절고·축·장고·어·당비파·향비파·거문고·가야금·아쟁·생·훈·태평소·해금·필률·대금(大笒)·당적·통소·지·노도·대금(大金)·박 등의 악기가 있었다. 또한 둑·휘(麾)·조촉(照燭)·적·약·목검(木劒)·목창(木槍)·죽궁(竹弓)·죽시(竹矢) 등의 의물, 악기 연주자와 일무를 추는 무원(舞員)이 입을 각종 복식도 함께 제작되었다.

이때 제작된 악기는 경모궁 제향의 등가와 헌가에 각각 편성되어 사용하였는데, 악기의 숫자와 실제 연주되는 악현을 비교해 보면 여분의 악기 없이 제례에 올려야 할 꼭 필요한 물량만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나 제작된 악기의 수와 제례악 연주에 편성되는 악기의 수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경모궁 제례악은 종묘 제례악과 마찬가지로 아악기·당악기·향악기를 혼합 편성하였다. 경모궁 제례악이 종묘 제례악인 정대업·보태평의 음악을 기본으로 하여 만든 것이어서 음악적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악기 편성 또한 유사한 것이다. 이 악기들은 오로지 경모궁 제례악을 연주할 때에만 사용되었다.

예악을 통한 왕도 정치 실현을 주요 통치 이념으로 삼은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여러 행사에서 연주할 악기를 제대로 갖추어 연주하는 일이 중요하였다. 예와 악은 상보적 관계를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사유로 악기가 제작되었고, 악기를 제작할 때마다 임시 기구를 조성하였다. 또 악기 제작과 관련된 기록을 남겨서 후세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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