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4권 유교적 사유와 삶의 변천
  • 제2장 조선시대 성리학의 발전
  • 3. 학파의 분화와 성리학의 전개
  • 기호학파와 주기론
이영춘

율곡의 친구나 제자였던 성혼, 정엽(鄭曄), 김장생, 그리고 김장생의 제자였던 김집(金集), 송시열(宋時烈), 송준길(宋浚吉), 윤선거(尹宣擧), 그리고 송시열의 제자였던 윤증(尹拯), 권상하(權尙夏), 김창협(金昌協) 등을 중심으로 기호학파가 형성되었다. 이들 중 주류가 된 것은 이이-김장생-송시열-권상하 등으로 계승된 노론(老論) 학파였고, 성혼-윤선거-윤증 등으로 계승된 일파는 소론(少論)의 주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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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열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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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의 주기론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학자는 우암(尤庵) 송시열(1607∼1689)이었다. 그는 사단에도 순선(純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선(善)과 불선(不善)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 심(心)은 발동하지만 성(性)은 발동하지 않는다고 하여 심즉기설(心卽氣說)을 주장하였다. 이는 영남학파의 주리론에서 심즉리설(心卽理說)이 중심이 되었던 것과 비교하여 기호학파의 특색이 되는 것이며, 이후 주기론의 대원칙이 되었다. 이러한 이론에는 『주자어류』의 “사단은 이의 발동이며, 칠정은 기의 발동(四端理之發, 七情氣之發)”이란 명 제가 큰 장애가 되었으므로, 우암은 『주자언론동이고(朱子言論同異考)』를 편찬하여 그것이 주자의 정설이 아님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 책은 미완성으로 남았던 것을 후에 한원진(韓元震, 1682∼1750)이 완성하였다.

권상하(1641∼1721)의 문하에는 이른바 강문 팔학사(江門八學士)로 불리는 한원진, 이간(李柬), 윤봉구(尹鳳九), 채지홍(蔡之洪), 이이근(李頤根), 현상벽(玄尙璧), 최징후(崔徵厚), 성만징(成晩徵) 등의 제자가 있다. 18세기 초에 권상하의 제자들 사이에서는 사람의 성품과 사물의 성품이 같은지 다른지를 따지는 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異論)을 두고 이른바 호락 논쟁(湖洛論爭)이 일어났다. 호론에는 주로 충청도 지역의 학자가 가담하였고, 낙론에는 경기 지역의 학자가 많이 참여하였다. 낙론의 이간 등은 인성과 물성은 근본적으로 같음을 주장하였고, 호론의 한원진 등은 그것이 서로 다름을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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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구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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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巍巖) 이간(1677∼1727)은 인성과 물성의 차이가 기질의 변화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남당(南塘) 한원진은 성품은 이가 기로 배정될 때 형성되는 것이라 하여 인성의 배합은 물성의 배합과 다르다고 하였다. 이 논쟁에서 스승인 권상하는 남당의 이론을 지지하였으므로 호론이 주기파의 정통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낙론의 많은 학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원진은 “심즉기(心卽氣) 성즉리(性卽理)”를 주장하여 주기론을 집대성하였다.

송시열의 제자였던 김창협(1651∼1708)은 주기설과 주리설을 절충한 독특한 학설을 주장하였다. 그는 대체로 율곡의 설을 수용하였지만, “사단 은 오로지 이만 뜻하고, 칠정은 기를 겸한 것”이라고 하여 퇴계의 설에 동조하였다. 그는 또한 선악의 정(情)을 모두 기의 청탁(淸濁)에만 돌린다면 이의 실체와 성의 선함이 발현되지 못할 것이라 하여 주기설에 난색을 표하였다. 그는 모든 것을 기의 작용으로 돌리는 것을 부정하고, 이의 작용을 인정하고자 하였다.

김창협의 제자였던 이재(李縡, 1651∼1708)는 낙론의 중심 학자로서 인물성동론을 옹호하였고, 예학에 조예가 깊어 『사례편람(四禮便覽)』을 지었다. 그의 제자였던 임성주(任聖周, 1711∼1788)는 ‘성즉기(性卽氣)’설을 주장하였다. 이는 기호학파의 주기설을 극도로 발전시킨 것이었다. 이와 기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는 무위(無爲) 기는 유위(有爲)이므로, 기에 의하여 이가 표현되고 기에서 이를 발견하며, 천지는 단지 하나의 기밖에 없는데 이를 생기(生氣)라고 하였다. 그는 사람도 역시 이 기에 의하여 성(性)을 보고 선악의 근원을 안다고 주장하였다. 오직 기의 활동만으로 우주 자연이 표현되고 선악이 정해지며, 이는 기의 작용을 설명해 주는 원리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논리는 기호학파의 주기론을 극도로 발전시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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