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4권 유교적 사유와 삶의 변천
  • 제4장 예절로 다스리는 사회의 종법 질서
  • 1. 불교 의례에서 유교 의례로
  • 조선 초기의 불교 의례
  • 여러 가지 불교 의례
이영춘

조선 초기에 시행된 불교 의례에는 수륙재 외에도 백종절(百種節), 연등회(燃燈會) 같은 행사가 있었다. 이들 행사 역시 고려시대보다 조선 초기에 더욱 번성하고 토착화하였다.

백종절은 원래 중원일(中元日, 음력 7월 15일)에 풍작을 기원하던 행사였는데, 여기에 불교의 사령재(死靈齋) 혹은 부모의 명복을 비는 우란분재(盂蘭盆齋)가 결합된 것이다. 조선 초기에는 풍작을 기원하는 원래 의미보다 주로 사찰에서 망자나 부모의 이름을 부르며 명복을 비는 행사가 되었다. 이 백종절 행사는 조선 말기까지도 성행하였을 만큼 큰 민간 신앙 행사였다.

연등회는 사월초파일의 불교 의식이었지만, 재래의 농경 신앙인 영등(影燈)·용등(龍燈)의 민속과 결부된 것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에는 이것이 국가적인 행사였지만, 조선 초기에는 국가나 왕실의 연등을 폐지하고 사원과 민간에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화려한 민속이었다. 이러한 불교 행사는 오히려 고려시대보다 더욱 발전한 면이 없지 않았다.

이 밖에도 각종 불사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권문(勸文)이 크게 유행하기도 하였고, 승려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반승(飯僧)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이러한 일에는 왕실, 왕족, 재상을 비롯하여 서민, 상인, 악공(樂工), 배우(俳優) 등 각계각층(各界各層)의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이들 행사에는 서민과 부녀자가 많이 참여하기는 하였지만, 일반 사대부 관료와 학자도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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