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1장 음악 만들기
  • 5. 중국 음악의 창의적 수용, 고려
  • 고취악과 위장악
권오성

고려 왕조에서 고취악(鼓吹樂)은 공식적인 궁중 의식에서 연주되었다. 『고려사』에 따르면 고취악은 국왕이 원구·선농의 제사와 태묘 제향 및 연등회·팔관회 행사에서 국왕의 행차가 환궁할 때, 중국 황제의 조서(詔書)를 영접할 때, 태후를 책봉할 때, 원자(元子)가 탄생하였을 때, 왕태자가 태자비(太子妃)를 맞아들일 때, 공주를 시집보내려 왕이 조서를 내리는 등의 공식적인 궁중 의식에서 연주되었다. 그리고 중국에 표전(表箋)을 보내는 의식, 노인들에게 베푸는 잔치, 군대를 파견하여 출정할 때와 개선하여 돌 아올 때 등에도 고취악을 연주하였다.51)『고려사』 권70, 지24, 악1, 아악, 용고취악절도(用鼓吹樂節度).

임금이 행차할 때는 위장(衛仗)과 노부(鹵簿)의 두 양식으로 진행하는데, 이때의 음악이 위장악(衛仗樂)이다. 이것은 국왕이 수레를 타고 거둥할 때 갖추는 일정한 의식으로, 국왕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동원된 각종 의장 물품, 편성, 운용 제도를 통칭한다. 고려시대에는 1047년(문종 1)에 노부 정비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의종 때에 『상정고금예문(詳定古今禮文)』으로 정비된 내용이 현재 『고려사』에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위장은 조회(朝會)할 때의 위장, 법가(法駕)의 위장, 연등회 때의 위장, 팔관회 때의 위장, 서경 및 남경을 순행(巡幸)할 때의 위장, 왕을 영접할 때의 위장, 대사령(大赦令)을 선포할 때의 위장 등으로 나뉘며, 노부는 법가 노부, 연등회 노부, 팔관회 노부, 순행하고 돌아오는 행차를 영접할 때의 노부, 대사령을 선포할 때의 노부, 소가(小駕)의 노부, 왕태자의 노부, 백관의 행차 기구(儀從)와 외관(外官)의 행차 기구(衙從) 등으로 나뉜다. 국왕의 거둥은 그 의위(儀衛)와 의장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대가(大駕)·법가·소가로 구별하였는데, 문묘나 전시(殿試)에 거둥하는 것은 법가에 해당하였다. 이렇듯 의종 때 정해진 위장과 노부는 의식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되었던 것이다.

법가 위장의 경우에는 어가의 앞에 교방 악관(敎坊樂官) 100명, 안국기(安國伎)와 잡기(雜伎)가 40명, 고창기(高昌伎) 16명, 천축기(天竺伎) 18명, 연악기(燕樂伎) 40명, 취각군(吹角軍) 20명이 배치되고, 어가의 뒤에는 취라군(吹螺軍) 24명이 배치되어 어가를 따라 행진하였다. 연등 위장의 경우에는 취각군 16명, 취라군 24명이 배치되고, 팔관 위장에는 취각군 30명, 취라군 30명이 따랐으니, 팔관 위장이 가장 큰 규모의 의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안국기·고창기·천축기·연악기 등은 수나라의 칠부기(七部伎)와 구부기(九部伎) 또는 당나라의 십부기(十部伎)에 포함된 지역 음악으로서, 이때의 음악이 고려시대까지 계승되지는 않았겠으나 당시 개성에 거주하던 해당 지역 사람들이 그 음악과 기예를 연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고려의 위장은 고려악을 중심으로 중국과 서역 음악까지 합쳐 화려한 퍼레이드가 펼쳐졌으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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