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2장 기보법의 발달과 악보
  • 1. 기보법의 발달과 종류
  • 오음약보
권오성

오음약보는 세조 때 정간보를 개량한 유량악보 중의 하나로, 궁상하일이지보(宮上下一二之譜)라고도 부른다. 오음약보는 황효성(黃孝誠)을 중심으로 한 음악가들이 창안하였다. 오음약보를 만든 시기는 대체로 1464년(세조 10) 초인 것으로 보인다. 그 해 1월에 “전악(典樂) 황효성을 불러 악보를 그려서 올리게 하고 또 음악을 연주하게 하여 이를 듣고는 하4(下四) 1절을 더 넣도록 하여 익혀서 연주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94)『세종실록』 권32, 세조 10년 정월 경진(27일).

오음약보는 무엇보다도 16정간에 6대강(大綱)을 설정하여 가락의 드물고 잦고 느리고 빠른 차이를 기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행 32정간으로 된 정간보와는 달리 1행 16정간으로 하고 그것을 다시 6대강(3·2·3·3·2·3)으로 구분해 놓고 어느 대강에서 기보하는가에 따라 늦은 가락, 보통 느린 가락, 빠른 가락의 차이를 두게 한 것이다. 이로서 앞선 1행 32정간으로 된 정간보가 늦은 가락, 보통 늦은 가락, 빠른 가락을 구분하지 못한 결함을 극복하였으니, 기보법상 한층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음약보는 오음 음계(五音音階)의 향악을 기보하기 위해 창안한 것이 다. 그리하여 우리의 민족적 성음에 맞게 오음 계명의 이동도법(移動do法) 원칙에 따라 기보하도록 하였다. 정간보에서는 12율명에 의하여 고정도식 음명으로 표시하여 음고가 언제나 절대적이지만 오음약보에서는 오음(궁·상·각·치·우) 계명으로 표시하여 어떤 노래나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음고가 상대적 높이를 가리키고 있다. 그러므로 오음약보에서의 오음 계명은 각기 다른 선법에서 같이 통용되고 있으며, 주음인 궁의 음고는 선법에 따라 달라진다. 곧, 오음 선법의 형태에 따라 음계 내의 음정 구성도 다르게 됨으로써 어떤 악곡이나 자유롭게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하여 오음약보는 창안된 이후 우리나라 음악 표기법의 기본 형태로 널리 이용되어 왔다.

오음약보에서는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의 오음명에 대응하는 부호로 음의 높낮이를 표시하였다. 중심 음인 궁보다 높은 음은 상1, 상2, 상3, 상4, 상5로 표시하고, 궁보다 낮은 음은 하1, 하2, 하3, 하4, 하5로 각각 기보하였다. 이것은 음의 높낮이를 보고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오음약보는 궁의 높이를 표시할 수 없고 음과 음 사이의 음정을 표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95)이혜구, 『정간보의 정간 대강 및 장단』, 세광 음악 출판사, 1987, 6∼8쪽. 이에 황종궁 또는 협종궁으로 표시하여 궁의 높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오음약보에는 현대 숫자 악보의 첫머리에 조식을 밝히고 있는 것처럼 반드시 악보 첫 머리에 궁의 음고와 선법을 밝혀 놓고 있다. 이것은 음과 음 사이의 음정 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오음약보에는 평조(平調)와 계면조(界面調)라는 두 가지 조식이 있다. 평조는 치(sol)를 주음으로 상·하일이지법(上下一二之法)으로 표기되기 때문에 치조(徵調)라고도 하며, 계면조는 우(la)을 주음으로 상·하일이지법으로 표기되기 때문에 우조(羽調)라고도 한다.

평조(Sol, La, do, re, mi, sol, la, do′, re′, mi′, sol′)와 계면조(La, do, re, mi, sol, la, do′, re′, mi′, sol′, la′)를 오선보로 살펴보면 다음의 악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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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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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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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음약보는 오음 음계의 향악을 기보하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칠음 음계인 당악이나 아악에는 적용할 수 없었다. 이에 당악이나 아악을 오음 음계로 기보할 때에는 공척보나 율자보를 함께 사용하였다. 이에 『세조실록악보』 가운데 풍안지악(豊安之樂)이 오음약보와 공척보를 함께 사용하고, 『대악후보(大樂後譜)』 보허자(步虛子)에서는 오음약보와 율자보를 함께 쓰고 있다.96)송방송, 「음악」, 『한국사』 27 조선 초기의 문화 Ⅱ, 국사 편찬 위원회, 1996, 4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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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악보』의 풍안지악
『세조실록악보』의 풍안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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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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