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2장 기보법의 발달과 악보
  • 2. 나라에서 펴낸 악보와 악서
  • 『악학궤범』
권오성

『악학궤범(樂學軌範)』은 1493년(성종 24) 왕명에 따라 예조 판서 성현, 장악원(掌樂院) 제조 유자광(柳子光), 장악원 주부 신말평(申末平) 등이 엮은 악서이다. 1425년(세종 7) 박연의 건의에 나타나듯이 이미 악서 편찬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109)『세종실록』 권27, 세종 7년 2월 갑자(24일).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9권 3책의 『악학궤범』 편찬으로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

장악원에 간수된 의궤(儀軌)와 악보가 세월이 오래 지나는 동안에 모두 해지고 떨어져 나갔으며, 요행히 남아 있는 것도 모두 소략하고 잘못되어 절차가 빠진 것이 많았다. 마침내 무령군(武靈君) 유자광과 성현에게 명하고, 주부 신말평, 전악 박곤(朴棍)·김복근(金福根) 등에게 명하여 다시 교정을 더하여 먼저 음률을 만든 원리를 말하고 다음에 음률을 사용하는 법을 말하였으니, 대개 악기와 부속품의 형체, 그것을 제조하는 방법, 춤추는 것과 그 대열의 전진하며 후퇴하는 절차를 구비하여 기록하지 않음이 없다. 책이 완성되어 『악학궤범』이라고 이름 지었다.110)『속동문선(續東文選)』 권16, 서, 「악학궤범서(樂學軌範序)」.

성현이 지은 『악학궤범』의 서문에 따르면 당시 장악원에서 소장하고 있던 의궤와 악보가 오래되어 파손되었고, 요행히 남은 것도 모두 엉성하고 틀려서, 그것을 다른 것과 대조·교정하여 새로운 악서를 편찬하게 되었다 고 한다. 다시 말해 『악학궤범』은 당시 전해지던 의궤와 악보를 바탕으로 많은 중국 문헌을 참고한 다음 조선 전기 음악 문화를 집대성한 책이다.111)송방송, 「악학궤범의 문헌적 연구」, 『한국 음악사 연구』, 영남 대학교 출판부, 1982, 283∼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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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표 ‘『악학궤범』의 수록 내용’과 같다. 이렇듯 『악학궤범』은 여러 제향에 쓰는 악조부터 악기의 진설, 정재 춤의 진퇴(進退), 악기·의물·복식에 이르기까지 제향·조회·연향의 음악 연주에 필요한 사항을 빠짐없이 망라하고 있다. 특히 서술에 그치지 않고 그림으로 음악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묘사하여 내용이 치밀하고 정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악학궤범』은 조선 왕조 500년 동안 궁중 음악의 부흥에 길잡이 역할을 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성종 당시의 음악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음악을 비교하여 연구하는 데에도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동동·정읍 등의 한글 가사는 국어 국문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음악 이외에 무용·복식·의물 등을 연구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자료이다.112)송방송, 앞의 글, 1996, 435쪽.

<표> 『악학궤범』의 수록 내용
권 수 수록 내용
권1 악률의 원리
권2 아악진설도설(雅樂陳設圖說), 속악진설도설(俗樂陳設圖說)
권3 『고려사』 「악지(樂志)」 당악정재(唐樂呈才)·속악정재(俗樂呈才)
권4 성종조 당악정재도설(成宗朝唐樂呈才圖說)
권5 성종조 향악정재도의(成宗朝鄕樂呈才圖儀)
권6 아부악기도설(雅部樂器圖說)
권7 당부악기도설(唐部樂器圖說), 향부악기도설(鄕部樂器圖說)
권8 당악정재의물도설(唐樂呈才儀物圖說), 연화대복식도설(蓮花臺服飾圖說), 정대업정재의물도설(定大業呈才儀物圖說), 향악정재악기도설(鄕樂呈才樂器圖說), 둑제소용(纛祭所用)
권9 관복도설(冠服圖說), 처용관복도설(處容冠服圖說), 무동관복도설(舞童冠服圖說), 둑제복(纛祭服), 여기복식도설(女妓服飾圖說)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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