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3장 기록의 역사로 본 음악 문헌
  • 2. 조선시대의 3대 악서
  • 조선시대 음악의 표본, 『악학궤범』
김세종

『악학궤범』은 1493년(성종 24) 유자광(柳子光)·성현·신말평(申末平)·박곤(朴棍)·김복근(金福根) 등이 9권 3책으로 엮은 음악 이론서이다. 그러나 『악학궤범』과 같은 악서 편찬 논의는 이미 세종 때 난계(蘭溪) 박연이 꾸준히 제기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악학궤범』 서문에 의하면 박연은 “장악원(掌樂院)에 전하는 의궤와 악보가 오래되어 헐었고, 제대로 남아 있는 것들도 모두 소략하고 틀린 것이 많다.”고144)『속동문선(續東文選)』 권16, 서(序), 「악학궤범서(樂學軌範序)」. 하여 악서 편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아마도 박연은 악률과 악조 이론을 비롯해 아악(雅樂)·당악(唐樂)·향악(鄕樂)에 따른 춤, 복식(服飾), 악기, 의물도설(儀物圖說)에 이르는 음악 전반을 그림으로 도식하고 여기에 중국의 여러 악서와 우리나라의 음악 기록을 참고하여 설명을 덧붙여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악학궤범』을 집대성한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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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학궤범』
『악학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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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학궤범』의 악기도설
『악학궤범』의 악기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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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권별로 내용을 살펴보면, 권1에서는 음률 이론에 관한 내용으로 우리나라 음악의 악조(樂調)를 설명한 악조총의(樂調總義), 세조가 창안하여 기보(記譜)에 사용한 것을 다룬 오음배속호(五音配俗呼), 공척보(工尺譜)에 쓰는 음명의 음높이를 당적(唐笛) 같은 당악기 대신에 향악기인 대금(大笒)의 음으로 예시한 십이율배속호(十二律配俗呼)를 설명하였다. 권2는 아악진설도설(雅樂陳設圖說)과 속악진설도설(俗樂陳設圖說)로 이루어져 있는데, 실제 성종대의 여러 제향(祭享)과 조회(朝會)·연향 때 악기를 진설하는 법을 그 전의 오례의(五禮儀)와 세종 때의 그것과 비교하여 도설하였다. 권3에서는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수록된 당악 정재(唐樂呈才)와 속악 정재(俗樂呈才)를 설명하였다. 권4에서는 성종대의 당악정재도의(唐樂呈才圖儀)를 소상히 설명하였으며, 마찬가지로 권5에서는 성종대의 향악정재도의(鄕樂呈才圖儀)를 소상히 기술하고 도시(圖示)하였다. 이 밖에 한글로 적힌 동동(動動)·정읍(井邑)·처용가(處容歌)·진작(眞勺)의 노래를 수록하였다. 동동과 정읍의 가사는 『대악후보(大樂後譜)』와 『악장가사(樂章歌詞)』에도 없고, 오직 『악학궤범』에서만 볼 수 있는 노래여서 국문학적으로도 귀중한 자료이다. 권6의 아부악기도설(雅部樂器圖說)과 권7의 당부악기도설(唐部樂器圖說), 향부악기도설(鄕部樂器圖說)은 실제 악기를 제작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먼저 악기의 전체 모양을 그림으로 보이고, 거기에다 악기의 치수를 일일이 적고, 그 재료를 설명하였다. 권8에서는 당악정재의물도설(唐樂呈才儀物圖說), 연화대복식도설(蓮花臺服飾圖說), 정대업정재의물도설(定 大業呈才儀物圖說), 향악정재악기도설(鄕樂呈才樂器圖說), 둑제소용(纛祭所用)을 수록하였는데, 각 연향에 쓰는 의물과 복식을 그림으로 그리고, 거기에 정확한 치수 및 재료를 기입하여 실제로 제작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권9에서는 관복도설(冠服圖說), 처용관복도설(處容冠服圖說), 무동관복도설(舞童冠服圖說), 둑제복(纛祭服), 여기복식도설(女妓服飾圖說)을 수록하였는데, 역시 각종 회례연 때 사용하는 복식을 그림으로 그리고 치수를 적어, 그 책을 보고 관복을 지을 수 있게 설명하였다.

이처럼 『악학궤범』은 악조에서부터 악기의 진설(陳設), 정재 춤의 진퇴(進退), 악기·의물·관복에 이르기까지, 제향·조회·연향의 음악 연주에 필요한 사항을 빠짐없이 망라하였으며, 특히 성종 당시의 아악·당악·향악 등 음악 전반을 포함하였다. 따라서 『악학궤범』은 조선시대 내내 악제가 무너질 때마다 음악 복원의 기준이 되었다. 임진왜란을 거치며 악기와 악서가 모조리 불탔을 때 다행히 불탄 자리에서 『악학궤범』을 수습하였고, 1610년(광해군 2)에는 악서청을 설치하여 이를 복간(復刊)하였다. 그 후 1655년(효종 6)에 다시 간행하여 반포하였고, 그 후에도 악기를 중수할 목적으로 1743년(영조 19)에 중간(重刊)하였다.

현재 전하는 『악학궤범』 판본은 1610년(광해군 2)에 간행한 태백산본(太白山本)과 1655년(효종 6)에 간행한 호사 문고본(蓬佐文庫本)이 전하고 있는데, 음악사 연구뿐만 아니라 국어 국문학, 전통 무용학, 복식사 등 한국학 전반에 걸쳐 귀중한 사료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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