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정조 이후부터 한말(韓末)까지에 해당하는 시기는 당악곡과 악기 조현(調絃)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당악의 향악화로 악곡이 파생되고, 조현법의 변화로 인하여 기본음이 조금씩 높아졌으며, 경안법(輕按法)과 역안법(力按法)에 따른 수법의 변화를 가져왔다. 정조 이후부터 1894년의 갑오개혁 이전까지 궁중 의식 음악과 아악이 상대적으로 쇠퇴한 반면, 중인 계급을 중심으로 한 풍류 음악은 부흥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영산회상곡(靈山會上曲) 등의 기악곡과 성악곡 발달에 두드러진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실학(實學)이라는 문예 풍조의 부흥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다. 즉, 민속 음악이 대두하고 장 단이 변화하였으며, 판소리나 산조 같은 악곡이 다양화하는 등 많은 음악적 변화가 일어났다.

이 시기에 편찬된 음악 기록으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가 주목된다. 『증보문헌비고』는 상고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의 문물과 제도를 총망라한 백과사전이다. 영조가 홍봉한(洪鳳漢) 등에게 명하여 1770년(영조 46) 정월부터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를 편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이루어져 체재가 서로 어긋나거나 사실의 소략(疏略)과 착오가 많아 1782년(정조 6) 왕명으로 다시 편찬에 착수하였다. 이후 1894년의 갑오개혁으로 문물제도가 크게 바뀌자 대한제국 시기에 보완과 증보를 거듭하여 1907년 『증보문헌비고』로 개찬한 것이다.

영·정조시대를 거쳐 고종대에 이르는 140여 년에 걸쳐 총 16고(考) 250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묶은 『증보문헌비고』는 음악에 관한 내용도 체계적으로 수록해 놓고 있다. 즉, 『증보문헌비고』의 권90∼권108까지가 「악고(樂考)」로 총 19권인데, 각 권별 수록 내용을 정리하면 표 ‘『증보문헌비고』 「악고」 수록 내용’과 같다.

표에서 보듯 「악고」는 율려(律呂), 악기(樂器), 악현(樂懸), 악가(樂歌), 악복(樂服) 등으로 분류하여 백과사전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로 세종대에 정비한 음악이 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전승되고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찰하였다. 따라서 『증보문헌비고』 「악고」의 기록은 우리 음악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바탕 위에 조선 후기 음악의 전승과 변화를 가늠하는 소중한 음악 문헌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