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4장 음악사의 또 다른 흔적들
  • 1. 그림 속 음악 문화의 흔적
  • 우리나라 음악 문화의 도상 자료
송혜진

우리나라 음악 문화의 흐름을 알려 주는 도상 자료도 적지 않다. 고대의 고분 벽화·불화(佛畵)·문인화(文人畵)·풍속화(風俗畵) 등의 회화와 석탑·승탑(僧塔, 부도) 등의 석조(石造) 미술품, 범종(梵鐘) 등의 금속 공예품, 토기(土器), 토우(土偶), 도자류 등에 음악과 춤의 역사가 표현되어 있다. 우 리나라 음악학계에서는 일제 강점기부터 그림과 조각품 등에 음악 연주 장면이 묘사된 주악 도상(奏樂圖像)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주로 고분 벽화 및 토우, 불교 미술품, 풍속화 등의 회화에 표현된 주악 도상을 음악사의 방증(傍證) 자료로 평가하는 연구였다. 그리하여 주악 도상 자료를 활용한 우리나라 음악학 연구는 음악의 시각적 이해에는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대부분 미술품에 표현된 여러 음악 장면과 악기가 과연 실재했었는지, 시대 음악사와의 관련성 등 자료의 ‘실증적 가치’에 주목하였다. 이들 연구는 음악사의 연구 방법에서 도상을 활용한 것으로 도상 해석학의 관점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음악학 분야에서의 본격적인 음악 도상학 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162)송혜진, 「주악 도상(奏樂圖像)의 음악사 연구 적용 가능성과 한계」, 『한국 음악 연구』 26, 한국 국악 학회, 1998, 89∼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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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토제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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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 음악학 분야에서는 고대의 골제(骨制) 적(笛)과 현악기에 관한 논의가 일부 있으나 음악 관련 유물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경우는 드물다. 또 고고학자, 미술사 연구자가 음악 관련 유물로 추정한 자료나 고대의 의례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소리 나는 도구’, 춤이나 놀이 등의 공연에 수반된 소도구 등이 다수 있으나 이를 음악 고고학 자료로 살펴보려는 시도도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구형(球形)의 토제(土製) 유물은 크기가 서로 다른 둥근 구(球)인데 전체가 밀폐된 형, 밀폐된 구에 구멍이 한 개 뚫린 형, 밀폐된 구에 구멍이 여러 개 뚫린 형 등이 있고, 구멍을 중심으로 곡선형 홈 줄무늬가 있다. 이 유물은 박물관에 따라 ‘토제 구슬’, 또는 ‘토제 방울’로 소개되고 있으며, 이 유물이 의례 및 놀이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특히 계명 대학교 박물관은 이를 ‘토제 훈(壎)’163)계명 대학교 박물관, 『계명 대학교 박물관』(도록), 2004, 90쪽. 도판 139. 유물 번호 1139 외. 계명 대학교 박물관 측이 삼국시대의 ‘훈’이라고 소개한 유물은 두 점이다. 각각 밑면 지름이 8.4㎝와 6.7㎝가량이며, 구멍은 상부에 하나, 좌우에 각각 한 개씩 뚫려 있다.으로 명명하고 있다.

또, 1997년에는 광주 신창동에서 고대 현악기의 일부일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되어 많은 관심을 모았고 또 악기의 복원까지 시도되고 있다. 그런데 광주 신창동 유적지 발굴 보고서에 따르면 이 유적지에서는 현악기 유물과 함께 타악기로 보이는 목제 유물도 발굴되었다. 발굴 보고서에서는 두 개의 목제 유물을 문질러 소리 냈을 것이라는 연주 방법까지 제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박물관에 소장된 고대의 토제, 목제, 금속 유물 중에는 의례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리 내는 도구’가 있으며, 이들 도구는 음악, 춤, 놀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고대 유물은 이것이 과연 악기의 일종인가, 이 유물이 의례 및 축제 등에 사용된 것이라면 어떻게 소리를 냈으며, 고대 사회에 ‘소리’와 ‘음악’의 개념은 어떤 것이었는가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고대 음악 유물 중, 뒷시대의 음악 문화와 상호 연관 관계를 지닌 악기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비록 역사적 맥락이 불분명하더라도 유물이 존재했던 그 시대의 음악 문화의 맥락 속에서 유물의 의미를 살피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여러 음악 유물 자료 중에서 뒷시대의 음악사와 관련 있거나 문자로 기록된 음악사와 관련 있는 자료에 편중된 관심을 보여 왔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음악학 분야의 고고학 자료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소개된 음악 관련 유물을 시대별·형태별로 구분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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