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4장 음악사의 또 다른 흔적들
  • 2. 우리나라의 주요 음악 유물과 종류
  • 타악기
  • 경쇠
송혜진

경쇠는 사찰에서 불경을 읽거나 의식을 행할 때에 사용하는 법음구(法音具)로 고려와 조선시대의 사찰 유물로 전한다. 경쇠는 맑은 소리가 일체중생(一切衆生)의 불성(佛性)을 일깨운다는 상징성이 내재되어 있다. 재질은 청동이고, 형태는 작은 밥그릇 모양의 용기를 사슴뿔 채로 치는 것과 편경(編磬) 모양 등으로 일정하지 않다. 이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주발 모양의 경쇠이다. 주발 모양의 경쇠는 음악 연주에 사용하는 악기에 들어가지 않아 그동안 음악학계에서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불교의 법구였다. 하지만 주발 모양의 청동제 그릇을 사슴뿔로 치는 형태의 경쇠는 전라남도 지방의 무속에서 쓰는 무구인 ‘정주’와 같은 형태라는 점에서 불교와 무속 의례의 상호 영향 관계를 살피는 데 도움을 준다.

사찰에서는 경쇠를 주로 법당에 매달아 놓거나 책상 위에 두고, 사슴뿔로 만든 채로 두드려 소리를 낸다.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직지사 성보 박물관 소장 경쇠는 대접을 엎어 놓은 모양으로 가운데에 둥근 구멍이 뚫려 있고 두 겹 선이 꼭지에서 배 부분까지 나 있을 뿐 다른 장식은 없다. 흔히 반방짜 유기에서 보이는 선보다는 두드려 만든 흔적이 더 드러난다. 불교 경전에 따르면 경쇠를 두드리는 채는 사슴이 뿔 갈이를 하면서 벗어 버린 사슴뿔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이 경쇠의 채도 사슴뿔로 만들었다. 채는 오랫동안 사용한 듯 닳아서 반들반들하다. 사슴뿔로 두드리면 아주 맑고 낭랑한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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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 성보 박물관 소장 경쇠
직지사 성보 박물관 소장 경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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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 경쇠
대승사 경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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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 성보 박물관에는 조선 말기에 제작한 경쇠가 하나 더 있는데, 대승사(大乘寺) 경쇠이다. 놋쇠, 나무, 사슴뿔 채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높이는 19.0㎝, 경쇠 높이 6.5㎝, 구경 12.6㎝, 사슴뿔 채 20㎝이다. 경북 문경의 대승사에서 전해 내려온 것으로 고려시대의 경쇠와 같은 모양이다. 그리고 통도사 성보 박물관 소장 유제 경자(놋경자)는 조선시대의 것으로 밥그릇을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높이는 17.2㎝이며, 경자 상부 중앙에 철사 고리가 있어 이를 손잡이로 삼아 채를 들고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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