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4장 음악사의 또 다른 흔적들
  • 2. 우리나라의 주요 음악 유물과 종류
  • 구형 토제 유물
송혜진

각 박물관에는 삼국시대에 만든 구형 토제 유물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유물 명칭은 박물관에 따라 토제 구슬, 토제 방울로 표기하였는데, 특히 계명 대학교 박물관에서는 이를 ‘토제 훈’으로 명명하였다.190)계명 대학교 박물관, 『계명 대학교 박물관』(도록), 2004, 90쪽. 도판 139. 유물 번호 1139 외. 계명 대학교 박물관의 소장품과 그 명칭을 접한 뒤로 필자는 여러 박물관에 소장된 구형 토제 유물에 관심을 갖고 조사해 보니, 철기시대 이후부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기까지 크기가 각각 다른 구형의 토제 유물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191)광주 신창동 저습지 유적지에서는 직경 2∼3㎝의 토제 구슬이 다수 발굴 되었다(국립 광주 박물관, 『광주 신창동 저습지 유적』 Ⅴ, 2003, 335∼336쪽, 369쪽, 504∼507쪽의 사진 자료 참조). 이 밖에도 토제 방울은 호림 박물관, 경희 대학교 박물관, 동아 대학교 박물관 등의 여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토제 구슬, 또는 토제 방울은 우선 ‘농환(弄丸)’, ‘농주(弄珠)’, ‘보기(寶伎)’ 등의 놀이에 사용한 도구였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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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구형 토제 유물
삼국시대 구형 토제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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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구형 토제 유물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체가 밀폐된 구형이 있는가 하면 밀폐된 구에 구멍이 한 개 뚫린 형, 밀폐된 구에 구멍이 여러 개 뚫린 형 등이다. 이 가운데 구멍이 뚫린 형은 원시적인 오카리나(orcarina)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계명 대학교 박물관이 삼국시대의 ‘훈’이라고 소개한 유물은 두 점이다. 그 중 한 점은 밑면 지름이 8.4㎝이고, 다른 한 점은 6.7㎝가량이며, 구멍은 상부에 하나, 좌우에 각각 한 개씩 뚫려 있다. 구멍을 중심으로 곡선형 홈 줄무늬가 있다. 이 유물을 훈의 일종인 토적(土笛)으로 본다면 상부의 구멍은 취구, 좌우의 구멍은 지공에 해당할 것이다. 놀이에 사용한 도구, 혹은 소리를 내는 방울, 또는 밀폐된 구멍에 입김을 불어 넣어 음을 조절하는 훈의 일종으 로 볼 수 있는 구형의 토제 유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전문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면밀한 탐색이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고대의 유물 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작은 흙 피리(土管)도 음악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질흙을 둥글게 뭉쳐 만든 굵고 투박한 형태의 관(管)을 대부분의 발굴 보고서에는 ‘어망 추’ 등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토적 또는 아메노이와부에(天磐笛)라 하여 신대(神代)의 악기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절에서는 지금까지 학계에 소개된 음악 유물을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기타 구형 토제 유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앞서 밝힌 것처럼 우리나라 음악 유물에 대한 음악학적인 관심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음악 유물의 현황 조사는 물론, 연구 방법론, 고고학 자료의 발굴과 복원 연구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자 기록으로 알 수 없는 고대 음악사 연구는 물론, 악기 발달사, 악기의 사회적 수용과 인식에 대해 실증적인 정보를 풍부하게 간직한 음악 유물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체계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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