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4장 음악사의 또 다른 흔적들
  • 6. 조선시대의 음악 도상 자료
  • 문인화와 풍속화에 표현된 선비 풍류
송혜진

조선시대 산수 인물화에는 아름다운 경치나 초당(草堂), 누각(樓閣) 등을 배경으로 시·서·금·주(詩書琴酒)를 즐기는 선비들의 풍류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 이렇듯 자연 경관을 중심으로 하는 선비 문화는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김과 동시에 유교적 미학의 실천 과정이었다. 곧 풍류 공간으로서의 자연은 자연과 사물에 내포되어 있는 유교적 관념의 미덕을 궁구하여 유교적 이념을 실현하는 또 다른 실천 공간이었던 것이다.

산수 인물화 가운데 음악과 관련되는 작품으로는 이정(李楨, 1578∼1607)의 『산수도첩』 가운데 관폭도(觀瀑圖), 윤제홍(尹濟弘, 1764∼?)의 송하관수도(松下觀水圖)·송애도(松涯圖), 전기(田琦, 1825∼1854)의 매화초옥도(梅花草屋圖), 안건영(安建榮, 1841∼1876)의 산수도, 김득신(金得臣, 1754∼1822)의 화암도(花巖圖), 이인문(李寅文, 1745∼1821)의 솔병도(率屛圖), 김홍도(金弘道, 1745∼?)의 관산도(觀山圖)·죽리탄금도(竹裡彈琴圖)·송하수로도(松下壽老圖)·동리채국(東籬彩菊)·춘경산수도(春景山水圖), 정선(鄭歚, 1676∼1759)의 서원소정(西園小亭) 등이 대표적이다.

확대보기
매화초옥도
매화초옥도
팝업창 닫기

문인들의 풍류 문화를 보여 주는 주악 도상은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홀로 거문고나 칠현금 또는 비파를 연주하는 모습, 동료와 어울린 아회(雅會)에서 거문고나 대금을 연주하고 혹은 노래를 즐기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듯 거문고나 비파 등의 악기를 가까이한 것은 문예 일치(文藝一致)의 선비 문화였다.

군자가 도덕을 강명한 나머지, 정신이 피로하고 몸이 지쳐서 활쏘기와 말 달리기를 할 수도 없고, 거문고와 비파를 탈 수도 없게 되면, 장차 무엇으로 정신을 화평하게 하여 성정(性情)을 기르겠습니까.245)『속동문선』 권12, 서(書), 「답이중평서(答李仲平書)」.

유교적 이념을 궁구하고 실천하는 한 방편으로 음악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음이 잘 나타나 있다. 문인들의 풍류 문화를 주제로 한 그림 속에서는 선비가 직접 연주하는 모습도 더러 있으나 대개는 시동(侍童)에게 악기를 들려 산책을 나선 모습, 악기를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먼 산을 바라보거나 물소리를 감상하는 모습, 악기를 베고 비스듬히 기댄 모습이 주류를 이룬다.

한편, 역사상의 특정 인물이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고사 인물화나 시의(詩意)를 충실하게 묘사한 주악 도상도 있다. 김홍도가 그린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나 정선의 행단고슬도(杏亶鼓瑟圖)·백낙천비파행도(白樂天琵琶行圖)·맹호연파교심매도(孟浩然灞橋尋梅圖)·백아탄금도(白牙彈琴圖)·도잠채국도(陶潛彩菊圖) 등은 문인들의 이상적 삶의 본보기와 심의(心意)를 의탁하기 위한 그림으로 음악사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유교 문화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색다르게 해석된다.

확대보기
관월도
관월도
팝업창 닫기

이 밖에 김홍도의 단원도(檀園圖)·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포의풍류(布衣風流), 이인문의 누각아집도(樓閣雅集圖),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의 현정승집도(玄亭勝集圖), 이경윤(李慶胤, 1545∼1611)의 작품으로 알려진 관월도(觀月圖), 김득신의 풍속팔곡병(風俗八曲屛) 중 후원야연 (後園夜宴), 김희겸(金喜謙)의 석천한유(石泉閑遊), 신윤복(申潤福, 1758∼?)의 상춘야흥(賞春野興)·거문고 줄 고르는 여인 등은 좀 더 현실적인 문인들의 풍류 문화를 보여 주는 주악 도상이다. 이들 그림 역시 문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 거문고 음악의 양상을 보여 준다.

확대보기
현정승집도
현정승집도
팝업창 닫기

한가로이 살며 구차스러운 가운데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것은 오직 책 한 시렁, 거문고 한 틀, 벗 한 사람, 신 한 켤레, 지팡이 한 개, 차 달이는 화로 하나, 등을 대고 따뜻하게 할 기둥 하나, 서늘한 바람을 끌어들일 창 하나, 잠을 맞이할 베개 하나, 타고 봄 경치를 찾아다닐 나귀 한 마리면 그만이다. 이 열 개는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다. 늘그막을 보내는 데 이 밖에 또 무엇이 필요하랴.246)권별(權鼈), 『해동잡록(海東雜錄)』 2, 본조(本朝), 김정국(金正國).

거문고는 특히 소리가 깊고 장중함으로 인하여 선비와 문인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리하여 선비들은 거문고를 선비로서 지녀야할 필수품 중의 하나로 여겼다. 이것이 산수 인물화와 고사 인물도에 거문고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또 기방 예인(妓房藝人)의 음악 생활이나 그 주변을 묘사한 신윤복의 연당여인(蓮塘女人)·청금상련(聽琴賞蓮)·주유청강(舟遊淸江)·쌍검대무(雙劍對舞) 등은 상층 사회의 도시적인 화려한 풍류 문화를 알려 주는 주요 자료이다. 연당여인에는 마루에 걸터앉아 생황을 한 곡조 불려는 듯한 기녀의 모습이 서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후원 연못가에서 기녀와 즐기는 한량의 모습을 그린 청금상련에는 가야금을 연주하는 기녀의 모습이 나타난다. 주유청강은 한량이 기녀와 함께 뱃놀이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대금을 연주하는 악사와 생황을 부는 기녀가 그려져 있다. 쌍검대무에는 검무(劍舞)를 추는 두 명의 무용수와 해금·피리·대금·장고·북 등의 삼현육각이 등장하고 있다.247)황미연, 「조선 후기 회화를 통해 본 음악 문화-단원·혜원·긍재의 풍속화를 중심으로-」, 『한국 음악 연구』 32., 한국 국악 학회, 2002.

확대보기
연당여인
연당여인
팝업창 닫기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