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4장 음악사의 또 다른 흔적들
  • 6. 조선시대의 음악 도상 자료
  • 풍속화와 불화에 표현된 서민들의 음악 문화
송혜진

조선시대 서민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담은 풍속화에는 당대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이 담겨 있으며, 조선시대의 음악 문화와 음악상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김홍도의 사계풍속도병(四季風俗圖屛)을 비롯한 조선 후기 풍속화 및 불화의 한 종류인 감로왕도(甘露王圖)에는 조선시대 서민의 생활 속에 뿌리 내린 음악 문화의 일면이 담겨있다.

세시 풍속을 그린 그림으로는 김홍도의 사계풍속도병, 19세기 작품으 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풍속화첩(風俗畵帖), 이한철(李漢喆, 1808∼?)의 세시풍속도(歲時風俗圖), 김준근(金俊根)의 기산풍속도(箕山風俗圖), 이력도(履歷圖)가 대표적이다.248)국립 국악원, 『조선시대 음악 풍속도』 2, 2003.

이 가운데 사계풍속도병에는 사당패(寺黨牌)의 놀이 장면이 담겨 있고, 이한철의 세시풍속도에는 농사를 지으며 풍물을 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김준근의 기산풍속도에는 탈놀이와 각종 연희패의 공연이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어 주목된다. 그리고 평양도(平壤圖)나 평양감사향연도 등의 그림에서도 서민들이 즐기던 음악과 춤의 장면을 일부나마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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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풍속도
기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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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불교 행사 중 가장 민속적이었던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주제로 한 감로왕도에는 불교 의례 및 서민의 음악 문화 현실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특히 문헌 자료로 보기 어려운 범패(梵唄)와 작법(作法)의 연행 장면, 불교 의식 및 무속, 민속 예능 등이 표현된 점이 주목된다. 대표적인 감로왕도로는 흥국사 소장 감로왕도, 봉은사 소장 감로왕도, 남장사 소장 감로왕도, 원광대 소장 감로왕도, 동국대 소장 감로왕도(1791), 은해사 감로왕도(1762), 수원 용주사 감로왕도(1902), 쌍계사 감로왕도 (1728), 영암사 감로왕도(1865), 호암 미술관 소장 감로왕도(19세기), 봉원사 대웅전 감로왕도(20세기) 등이 있다. 이 그림 중에는 악대를 수반한 불교 의식, 범패승과 작법 연행 장면, 줄광대와 탈광대, 악사로 구성된 줄타기 놀이, 젓대·장구·꽹과리에 맞추어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 탈춤 연희 장면, 조선 후기 유랑 예인이던 사당패의 공연 모습 등이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감로왕도는 조선 후기 토착화된 불교의 양상과 당시 일반인의 생활상을 보여 주고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반영한 풍속 기록화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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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사 소장 감로왕도 세부
흥국사 소장 감로왕도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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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풍속화와 불화의 내용은 궁중과 상층 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록이 적은 서민의 생활 음악을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특별히 중요하다. 지금까지 풍속화와 불화에 표현된 서민의 생활 음악을 담은 도상은 자료의 수집과 해제 작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술품이 제작된 시대의 문화 일반에 대한 이해와 풍속을 기록한 가사 문학(歌辭文學), 한문학(漢文學) 등의 자료를 연계한 심도 있는 주악 도상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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