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5장 소리의 기록, 음반사
  • 2. 1920년대부터 1945년 광복까지
  • 1928∼1945년 일본 콜롬비아 음반 회사의 우리 음악 음반
노재명

1929∼1932년 일본 축음기 상회 조선 소리판(이글 레코드 적반 대중반) 전기 녹음 때에는 판소리 명창 이동백·김창진(김창룡의 동생)·김세준(김창룡의 아들)·백점봉·김정문·김추월·이화중선·배설향·김초향·하농주 등이 음반을 취입하였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경서도 명창 박춘재·서원준·손진홍·김향란·백모란·이진봉·김산월·이영산홍·김옥엽·장학선·문명옥·박월정·김인숙·설중매·김부용·임명옥·임명월, 대금산조의 창시자 박종기, 대금 명인 김계선, 단소 명인 윤종선·김명수, 가야금 명인 심상건·안기옥·김종기·김운선(김죽파), 가야금 병창 명인 오태석·이소향·김우학, 남도 명창 박동준 등이 이글 레코드 적반에 녹 음을 남겼다. 이글 레코드 적반 가운데 일부는 1934년에 리갈 대중반으로 재발매되기도 하였다. 1928∼1945년에 제작된 일본 콜롬비아 정규반과 리갈 대중반에는 단가, 판소리, 창극, 민요, 가야금 병창, 민속 기악, 정악, 무속, 불교, 대중 가요, 서양식 고전 음악, 재즈, 만담, 연극, 영화, 동요, 동화 등 다채로운 분야가 녹음되었다.

봉산 탈춤, 대금 산조, 풀피리 산조 같은 음반은 일본 축음기 상회(콜롬비아)에서 최초로 발매되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일본 축음기 상회 조선 소리반(와시표) 시절에 이동백 도창 창극 춘향전 전집을 제작한 데 이어서 콜롬비아 레이블 때는 김창룡 도창 창극 춘향전 전집을 제작하였다. 일본 축음기 상회는 일제 강점기 음반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판소리 5명창인 이동백·송만갑·김창환·김창룡·정정렬의 유성기 음반을 모두 제작하였다. 그리고 명창 김창룡과 그의 동생 김창진, 장남 김세준, 손녀 김차돈, 이렇게 중고제 가족 3대의 판소리 음반을 모두 제작한 유일한 회사이기도 하다. 또 영화인 나운규의 연극 육성 녹음, 손기정의 올림픽 마라톤 우승 소감 녹음, 무용가 최승희의 노래 음반 같은 특이한 상품도 일본 콜롬비아에서만 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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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규의 연극 육성 음반
나운규의 연극 육성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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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의 우승 소감 음반
손기정의 우승 소감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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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일본 콜롬비아 음반 회사에서 발간한 정선 조선 가요집(精選朝鮮歌謠集)에 판소리 명창 유공렬의 사진이 실려 있다. 정선 조선 가요집에 사진이 실려 있는 명인 명창은 거의 콜롬비아에서 낸 음반이 발견되었으나 유공렬의 음반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의 음반은 콜롬비아에서 적반으로 제작한 이글 레코드(일본 축음기 상회 조선 소리판) 중에 있을 것으로 짐작된 다. 일본 축음기 상회에서 낸 우리 문화 예술 음반 가운데 가장 많이 취입된 것은 국악으로, 전체 2,200여 장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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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
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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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음기 상회는 오늘날 일본 콜롬비아 음반 회사의 전신(前身)이기도 하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때 받은 폭격으로 공장 밀집 지역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었고, 음반 회사 또한 거의 파괴되어 유성기 음반의 마스터 테이프 구실을 하는 원반(동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그러다가 1987년 케이비에스(KBS)에 의해 일본 콜롬비아 음반 회사에 원반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되었다. 뒤이어 1995년 엘지 미디어(LG 소프트)가 일본 콜롬비아 음반 회사와 판권 계약을 맺고 이 원반 녹음을 인수하여 일부를 콤팩트디스크로 복각(復刻)한 바 있으며, 1999년에는 주식회사 컨텐츠 그룹이 이 원반 녹음 전량을 콤팩트디스크(100CD)로 복원하였다. 일본 콜롬비아 음반 회사의 유성기 원반을 복각하는 작업을 할 때 복사 테이프만 건네받은 엘지 미디어가 자료 고증 관계로 원판과 가사지(歌詞紙) 원본 등에 관한 정보를 문의하자 일본 콜롬비아 음반 회사는 원판 녹음을 테이프에 복사해 놓고 원판은 폐기 처리하였다고 답하였다. 그러다가 최근 일본 콜롬비아 음반 회사가 소장하고 있던 우리나라 유성기 원반이 오사카 민족 박물관에 기증되어 보관 중임이 확인되었다. 이들 원반은 1928년부터 광복 때까지 콜롬비아, 리갈 레이블로 발매된 음원이다. 현재 남아 있는 이 유성기 원반 속에는 일본 콜롬비아 고급반(청반)의 원반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1911년부터 1927년까지 기계식으로 녹음된 일본 축음기 상회 조선 소리반(NIPPONOPHONE) 원반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일본 콜롬비아 음반 회사는 일제 강점기에 녹음한 우리나라 문화 예술 원반 외에도 1900년대부터 녹음한 중국 전통 음악 원반과 일본 음악 원반도 잘 보관하였고, 1987년 이 가운데 중국 전통 음악을 원반에서 복각하여 전집물로 제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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