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5장 소리의 기록, 음반사
  • 3.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 장시간 음반(LP)
노재명

우리나라에서 장시간 음반이 처음 생산된 것은 1958년 공보실 레코드 제작소였다. 초기 장시간 음반 시대에는 대개 10인치 크기로 제작하였고, 1960년대 중반 이후에는 거의 12인치 크기로 제작하였다. 초기 장시간 음반 시대에는 많은 음반 회사가 있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각지에 크고 작은 음반 회사가 산재해 있었는데 주로 대중 가요 음반을 제작하기에 분주하였다. 이 당시 음반은 열악한 음반 재질과 조잡한 표지 디자인, 연주자를 잘못 명시하거나 아예 명시하지 않는 무성의, 녹음 기술의 한계, 무단 복제, 체계 없는 음반 번호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초기 장시간 음반 회사들은 음반 레이블, 상표, 표지 디자인, 음반 내용의 기록 방법, 광고 문구 등을 일제 강점기 일본 음반 회사의 기법을 그대로 모방하였다. 이 점 또 한 일본 직배 음반 회사 체제의 잔재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과거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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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장시간 음반 시대의 대중가요 음반
초기 장시간 음반 시대의 대중가요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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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영의 대중가요 음반
이난영의 대중가요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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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장시간 음반 회사는 대부분 영세한 회사 운영과 조잡한 제작 시설을 면치 못하였고, 현재 발견되고 있는 극소수의 음반으로 회사명만 간신히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으로서는 당시의 사정을 알만한 이의 증언이나 문헌 기록이 나오지 않는 한 상세한 내력을 알기 어려운 회사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초기 장시간 음반 회사 중에서 대표적인 곳을 꼽자면 킹스타 레코드, 신세기 레코드, 오아시스 레코드, 유니버살 레코드, 대도 레코드, 아세아 레코드를 들 수 있다. 이 6대 음반 회사가 광복 후 유성기 음반을 제작하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회사였고 초기 장시간 음반 시대에도 계속해서 국내 음반 산업을 주도해 나갔다. 1960년대 초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신세기, 신진, 예그린, 지구, 힛트, 유니버살, 신세계, 오아시스, 대한, 현대, 태광 같은 회사에서 상당수의 장시간 음반을 제작하였다.

1980년대 중반은 국악 음반을 가장 적게 제작한 시기로서 시중에서 정품으로 구입할 수 있는 국악 음반이 10여 장에 불과하였다. 이때는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국악 음반을 더 많이 제작하였다. 미국의 넌서치, 폭크웨이스, 리리코드, 유네스코, 일본의 제이브이시, 프랑스의 오코라, 스 위스의 브이디이갈로 같은 외국 회사에서 우리 전통 음악 음반을 제작한 바 있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부터 국악 음반 제작 붐이 일어났고 그 후부터 지금까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자국의 전통 음악 음반을 가장 많이 제작한 나라가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한국 고음반 연구회의 헌신적인 노력과 대기업의 열성적인 투자가 큰 원동력이 되었다.256)노재명, 「판소리 장시간 음반에 관한 연구」, 『한국 음반학』 2, 한국 고음반 연구회, 1992, 325∼392쪽. 우리나라 장시간 음반 산업은 1993년부터 급속히 사양길에 접어들어서 1995년에는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장시간 음반의 상당수는 오래전에 폐반되었고 지금은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이제 희귀한 고음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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