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6권 쌀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 제1장 벼농사의 도입과 쌀 문화의 시작
  • 1. 쌀과 벼
박찬흥

벼는 볏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초본 식물이나 그 열매를 가리킨다. 식물 분류학상 화분과(花粉科) 벼속(屬)으로, 학명은 Oryza sativa L.이다. 탈곡하기 이전 이삭이 달려 있는 상태를 벼라고 부르지만, 벼의 열매, 즉 껍질을 까 기 전 낟알 상태의 알곡도 벼라고 부른다. 벼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브리히(Vrihi)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중국 남부 지방에서는 니(Ni), 누안(Nuan) 등으로 부르는데, 이 말은 우리말의 논과 비슷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에서는 벼를 가리켜 바디(Badi), 빈히(Binhi) 등으로 부르곤 하는데, 우리말 벼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보기도 한다.

벼에 해당하는 한자로는 ‘화(禾)’와 ‘도(稻)’가 있다. ‘화(禾)’에서 ‘목(木)’은 줄기를 뜻하고, ‘별(丿)’은 벼 이삭이 아래로 늘어진 모양을 본뜬 것이다. ‘화(禾)’를 ‘뛰어난 곡식’이라는 의미의 ‘가곡(嘉穀)’이라고 설명하였으니, 고대 중국에서도 벼를 가장 좋은 최상품의 곡식으로 인식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도(稻)’는 ‘화(禾)’, ‘조(爪: 손톱)’, ‘구(臼: 절구)’를 합친 글자로, 절구에서 꺼내는 곡물, 즉 벼를 가리키는 것이다. 조(爪)는 물건을 집는 손의 모양을 본뜬 것으로, 요(舀: 쓿다)는 절구(臼)에서 물건을 집어 낸다는 뜻이다. 아마도 벼를 절구에서 빻기 때문에 유래된 듯하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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