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먼저 고려시대에는 어떤 종류의 곡물을 생산하였는지부터 살펴보도록 하자.⁶⁵⁾고려시대 곡물의 종류에 대해서는, 이춘녕, 「고려시대의 농업과 농학」, 『한국 농학사』, 민음사, 1989 ; 장국종, 「고려 시기의 농업에 대하여(2)」, 『력사과학』 1989년 2호 ; 이정호, 「고려시대 곡물의 종류와 생산」, 『한국사연구』 96, 한국사연구회, 1997 참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대표적인 곡물 다섯 가지나 아홉 가지를 꼽아, 오곡(五穀) 혹은 구곡(九穀)이라 불렀다. 오곡에 포함되는 곡물은 일정하지 않지만, 피·보리·콩은 항상 포함되었음을 표 ‘중국 고대의 오곡과 구곡’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도 오곡·구곡이란 말을 썼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곡물을 가리키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간혹 ‘오곡백과(五穀百果)’처럼 ‘오곡’이란 말이 모든 곡물을 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당시에 오곡·구곡의 곡물 내용이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고려시대에 재배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쌀·보리·밀·좁쌀·기장·수수·피·귀리·콩·완두·팥·메밀 등의 정도였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곡물을 포함해 당시에 재배한 작물은 표 ‘고려시대에 재배한 작물’과 같은 종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