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6권 쌀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 제2장 고려시대 쌀의 위상과 생산 소비 문화
  • 5. 쌀과 일상생활
  • 하루 끼니와 식사량
이정호

오늘날은 으레 하루 세 끼를 먹지만, 과연 고려시대에도 그랬을까? 이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기는 어렵다. 관련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그나마 남아 있는 기록도 두 끼 혹은 세 끼로 각각 다르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본의 끼니는 하루 두 끼였다. ‘점심’이란 것도 오늘날처럼 기본의 끼니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다. ‘점심(點心)’이란 말은 본래 당나라 때부터 쓰기 시작한 말인데, 허기가 져서 침잠(沈潛)된 마음(心)에 불을 붙여(點火) 정신을 차릴 만큼만 간단하게 먹는 간식을 가리킨다. 고려시대 기록에도 하루의 끼니를 ‘조석(朝夕)’, 즉 ‘아침저녁’으로 표현하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시의 기본 끼니는 두 끼 였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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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루 세 끼를 기본으로 볼 수 있는 기록도 있다. 고려에 온 중국 사신들에게 매일 세 끼를 제공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160)서긍, 『고려도경』 권28, 공장(供張)1, 단칠조(丹漆俎). 이들에게 제공된 하루 세 끼는 고려의 고위 관료층에게도 그대로 해당된다고 보아야 자연스럽다.161)정연식, 「조선시대의 끼니」, 『한국사연구』 112, 한국사연구회, 2001, 67∼68쪽. “날마다 세 끼 맛있는 음식을 갖추어 먼저 부모에게 바쳤다.”라든가,162)『고려사』 권121, 열전34, 황수전(黃守傳). 힘든 노역을 하는 자에게 세 끼 양식을 계산한 기록도 있다.163)『고려사』 권27, 원종 15년 2월 갑자.

이로 보아 고려시대에 국왕을 비롯해 고위 관료층은 세 끼를 기본으로 하였고, 인부들처럼 힘든 노동을 하는 경우 역시 세 끼를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다수 일반 백성은 식량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세 끼를 갖추어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점심을 하는 경우도 가볍게 때우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럼 하루 식사량은 얼마 정도였을까? 이것 역시 알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만 추정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사례가 기록에 남아 있다.

전쟁은 굶주림을 낳았다. 특히 몽고와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 기근 피해가 심하였다. 1255년(고종 42) 몽고에 사로잡혔다 도주한 백성들이 경성에 모여들었다. 관료들이 이들에게 하루에 쌀 1승씩을 나누어 주어 목 숨을 구하고자 하였지만, 목숨을 잃는 사람을 셀 수 없었다.164)『고려사』 권24, 고종 42년 4월. 이를 통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하루 식사량으로 쌀 1승 이상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식사량을 보편적인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전쟁 중의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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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몽고 연합군의 군선 복원도
고려-몽고 연합군의 군선 복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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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역시 직접 식사량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참고할 만한 자료가 몇 가지 더 있다.

정월 15일부터 역사(役事: 전함(戰艦)을 제작하는 일)를 시작하였는데, 그 장인들과 인부들이 3만 500명이니, 한 사람 앞에 하루 세 끼의 식량으로 계산하여 석 달 동안이면 총계 3만 4312석 5두를 공급해야 할 것이다.165)『고려사』 권27, 원종 15년 2월 갑자.

원 간섭기 일본 정벌을 앞둔 1274년(원종 15)에 전함 건조에 동원된 인부들의 식량과 관련한 내용이다. 3만 500명이 하루 세 끼씩 세 달 동안 먹은 식량에 3만 4312석 5두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계산해 보면 하루 세끼 식량이 약 5.6승, 한 끼로는 약 1.88승이었던 것으로 된다.

1275년(충렬왕 1)에는 이런 기사도 있다. 원나라 사신이 고려에 와서 고려왕과 공주가 하루 식사량이 2승밖에 되지 않는다고 힐책한 적이 있었다.166)『고려사』 권28, 충렬왕 원년 10월 경술. 국왕과 왕비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하루 식사량 2승이 턱없이 적은 양이라고 힐책한 내용이고 보면, 국왕과 왕비는 평상시 2승 이상을 먹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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