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7권 농업과 농민, 천하대본의 길
  • 제3장 조선 전기 농업 발달과 농촌 사회 그리고 농민
  • 3. 벼농사 짓는 법과 밭작물 재배법
  • 수전과 한전의 시비법
염정섭

조선 초기 농작물의 재배 방식은 토지의 지력(地力)만 이용하는 단계가 아니었다. 조선 초기에 이미 상당한 수준에서 시비(施肥)를 수행하고 있었다.414)『농사직설』의 시비 재료와 강남 농법의 그것을 비교하여 조선 초기의 시비법 수준을 검토한 이태진, 앞의 글, 1979 참조. 조선시대 시비 작업을 전반적으로 가리킬 때 사용한 용어가 분전(糞田)이었다. 이 분전이라는 용어에서 분(糞)은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고, 결국 분전은 시비와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초기의 시비법은 크게 시비에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구별할 수 있다.

『농사직설』에 나오는 비료의 종류는 다종다양하다. 별다른 가공 과정 없이 자연에서 채취한 초목(草木) 등이나 사람의 배설물 같은 시비 재료를 농작물 시비에 이용할 때, 이러한 비료를 자연 비료(自然肥料) 또는 생분(生糞)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자연이나 인간에서 채취하였지만 농작물에 투하하기 전에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을 투하해야 하는 비료를 인공 비료(人工肥料) 또는 숙분(熟糞)이라고 칭할 수 있다.415)여기에 사용한 숙분(熟糞)은 인분뇨(人糞尿)와 초목회(草木灰)를 섞어 만든 숙분과는 다른 의미이다. 자연 비료와 인공 비료는 각각 본래의 시비 재료에 따라 세분된다. 자연 비료에는 초(草), 목(木), 토(土, 客土), 가공하지 않은 인분(人糞)과 우마분(牛馬糞)으로 나누어진다. 인공 비료에는 초목을 태운 재, 오줌과 재를 섞은 요회(尿灰), 사람의 분뇨(糞尿), 우마(牛馬)의 분뇨 등과 재·초목 등을 섞어 잘 부숙(腐熟)시킨 숙분(熟糞), 숙분과 요회를 섞은 분회(糞灰), 우마의 우리에 초목을 넣어 주고 우마가 잘 밟게 하는 동시에 우마의 분뇨와 섞이게 하여 만든 구분(廐糞), 작물 자체를 시비 재료로 활용하는 작물비(作物肥) 등이 포함되었다. 수전에서 경작하는 벼와 한전에서 재배하는 여러 가지 잡곡이 모두 시비 대상이었다. 그리고 시비 시기는 종자에 시비 재료를 묻히는 방식을 채택한 만도(晩稻) 건경(乾耕)을 제외하고, 모든 작물의 경우 초경(初耕)한 후 파종하기 전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이는 또한 기경에서 파종으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작업 과정의 한 부분으로 시비법이 포괄되어 있었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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