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7권 농업과 농민, 천하대본의 길
  • 제3장 조선 전기 농업 발달과 농촌 사회 그리고 농민
  • 4. 국가와 개인의 농서 편찬
  • 16세기 후반 지역 농서의 대두
염정섭

16세기 중반 이후 조선의 농서 편찬은 농업 기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관료와 향촌의 재지 사족(在地士族)이 맡아서 수행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편찬한 농서는 기본적으로 지역적인 특색이 담긴 농법을 정리한 것이었다. 농업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관료와 재지 사족이 각 지역의 특색을 담고 있는 농법을 정리하여 만든 농서를 지역 농서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무렵 지역 농서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먼저 『농사직설』이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농사직설』은 주곡(主穀) 작물에 한정하여 경작법을 수록하였고, 따라서 목면(木綿)을 비롯한 다른 작 물의 경작법을 빠뜨리고 있었다.444)『농사직설』의 항목으로 뽑혀 있는 작물을 보면 마, 도, 서속, 직, 대두, 소두, 녹두, 대맥, 소맥, 호마, 교맥(蕎麥) 등 12종이었다. 본래 ‘간략한 설명(直說)’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는 점이 바로 『농사직설』의 내용상 특징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간략한 설명이라는 특징 때문에 『농사직설』은 사실 구체적인 농작물의 경작 기술을 수록한 농서로 미흡한 점이 있었다. 또한 『농사직설』이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몇 차례 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간행본이 없어져 버려 세상에 드물게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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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전가역표(新定田家曆表)
신정전가역표(新定田家曆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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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지역적인 농법의 차이를 정리하고 지역 농서를 편찬할 필요성이 지역적인 차원에서 고조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지역 농서의 편찬을 맡아 수행할 편찬자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곧, 지역적 농법에 관심을 갖는 수령이나 재지 사족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각 지역의 중소 지주라는 경제적 기반을 갖고 있던 재지 사족 가운데 일부 인사는 자신의 농사 경험과 견문을 농서를 편찬하면서 현실화시키고 있었다. 영남 지역, 호남 지역에 세거지를 확보하고 농업 생산을 기반으로 생활을 영위하던 재지 사족 가운데 몇몇 사람이 지역 농서 편찬자로 대두하였던 것이다.445)이태진, 앞의 글, 1981.

16세기 후반 이래 편찬된 지역 농서로 현재 살펴볼 수 있는 농서를 차례로 검토하고자 한다. 16세기 중후반 이후 지역적 농법을 정리한 지역 농서로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것은 유팽로의 『농가설』, 고상안의 『농가월령』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농서집요』에 『영남농서(嶺南農書)』라는 책 제목이 기록되어 있다. 『영남농서』라는 책명만 전해지고 있지만, 실제 당시 존재하던 농서라면 책 제목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지역 농서의 하나로 볼 수 있다.446)『농서집요』 영남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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