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7권 농업과 농민, 천하대본의 길
  • 제3장 조선 전기 농업 발달과 농촌 사회 그리고 농민
  • 6. 농촌 사회와 농민 생활
  • 민간 신앙과 농가
염정섭

민가(民家)에서는 집 안에 존재하는 가택신(家宅神)을 모시며, 집안의 평안과 발복(發福)을 기원하였다. 가택신은 집 안의 곳곳에 존재하므로 종류도 매우 많고, 또한 지역에 따라, 나아가서는 가정에 따라 가택신에 대한 믿음의 양상에 차이가 많았다. 주요한 가택신은 대체로 신을 상징하는 신체(神體)가 있었는데, 성주(城主)처럼 헝겊을 직사각형으로 접고 그 위에 띠풀이나 실타래를 매어 놓은 것을 비롯하여 단지(항아리), 바가지, 주머니, 대나무고리, 짚가리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록 신체가 없더라도 ‘건궁’(또는 허궁)으로 섬기는 경우도 흔하였다.

민가에서 모시는 가택신 가운데 성주는 가장 높은 신으로 대개 마루 위쪽의 대들보에 모시는데 성주독이라고 해서 안방 한구석이나 대청마루 한쪽 구석에 놓아두기도 하였다. 집안의 번영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받들면서 때에 따라 시루떡, 삼색 과일, 메, 국 등으로 진설한 제사상을 올려 제의를 올렸다.

조왕(竃王)은 부엌을 관장하는 신인데, 음력 12월 23일 승천해서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옥황상제(玉皇上帝)에게 보고한 다음 설날 새벽에 다시 내려온다고 믿기도 하였다. 나아가 집안의 융성, 특히 자녀를 지켜 주는 대상으로 섬기기도 하였다. 부엌 한가운데 토단(土壇)을 만들고 거기에 중발(中 鉢)을 올려놓은 다음 밥을 짓기 전에 정한수(淨寒水)를 떠 놓고 소원을 비는 것으로 조왕신을 모시는 방식이 설행되기도 하였다.

변소에는 측신(廁神)이 있어 삼가 모셔야할 대상이었다. 측신을 잘못 만나게 되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고 믿었다. 측신은 성질이 고약한 여신(女神)인데, 매월 6일, 16일, 26일과 같이 6자가 들어가 있는 날에는 변소에 머물러 있고, 그 밖의 다른 날에는 밖에 나다닌다고 하였다. 그래서 6자가 들어 있는 날에는 변소에 가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다고 한다. 또한 이 뒷간 귀신을 놀라게 해서 큰 화를 입지 않기 위해 측간 서너 걸음 앞에서 두서너 번 헛기침 소리를 내는 풍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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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줏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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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모시는 가신(家神)은 이외에도 집터를 지켜 주고, 안정된 집터가 되도록 다져 주며, 집안의 액(厄)을 거두어 가고, 재복을 주기도 하는 터주 또는 터줏대감, 가족의 무사함을 기원하는 대상이자 아이를 갖게 하고, 출산을 도와주며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 주는 삼신(三神), 대문 앞에 모시며 집안의 화평을 기원하는 문전신(門前神) 등등이 있었다.

가신 가운데 색다른 부류로 업신이 있었다. 업신, 업위, 지키미, 집지키미, 지킴 등으로 불리기도 하였는데, 구렁이, 족제비 또는 두꺼비가 업신으로 상정되었다. 이들 동물이 지니고 있는 신이성(神異性)을 좀 더 과장하여, 은밀하고 두려운 상징을 매겨 놓았는데, 업신이 그 집을 나가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든가 또는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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