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8권 고문서에게 물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삶
  • 제3장 사회 경제 생활과 문서
  • 4. 법 생활, 소송과 사회 갈등
  • 비리호송과 단송 정책
김경숙

조선 건국 초부터 소송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단송(斷訟) 정책이 추진되었는데, 이는 과한법(過限法), 친착결절법(親着決折法), 삼도득신법(三度得申法) 등으로 법제화되었다.

과한법은 사적인 권리를 침해당하였을 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정소 기한을 정해 놓은 법이다. 이 기한이 지나면 정소자가 정소하더라도 소송관은 심리를 거부하게 된다. 『경국대전』에서는 정소 기한을 전택(田宅), 즉 토지와 가옥의 경우 5년으로 한정하였다. 다만 다음의 다섯 경우에 대해서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언제라도 정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171)『경국대전』, 호전, 전택(田宅).

① 도매(盜賣)한 경우

② 소송하여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경우

③ 부모 전택을 분재(分財)하지 않고 독점(合執)한 경우

④ 병작(竝作) 토지를 영영 점유한 경우

⑤ 세 들어 살던 가옥을 영영 점유한 경우

그러나 『경국대전』에 명시된 이후에도 정소 기한은 계속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조상대의 일로 자손대에 이르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처가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1518년(중종 13) 정소 기한은 완화되어 “모든 소송은 30년 이전의 것은 청리(聽理)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는 그 후 『속대전』에 다음과 같이 규정됨으로써 확정되었다.

구원전민(久遠田民)의 소송은 대한(大限)과 소한(小限)을 정하여 시행한다(60년을 대한이라 하고, 30년을 소한이라 한다. 만약 조상의 전민을 독점 또는 도매한 자, 그리고 도망 또는 유루(遺漏) 공노비는 이 기한을 적용하지 않는다).172)『속대전』, 형전, 청리(聽理).

이에 따라 정소자는 기한이 경과하면 명확한 증거물이 나타나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되었다. 만약 기한이 경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하면 사실여부는 심리하지 않고 정소자를 비리호송(非理好訟)의 죄목으로 논죄(論罪)하고 소송관 또한 파직하였다.

친착결절법은 소송 진행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소송을 지연시키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장치이다. 소송은 원고와 피고가 함께 송정에 나와 진술을 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한쪽 소송자가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일부러 송정에 출두하지 않으면 소송이 진행될 수 없었다. 이러한 고의적인 소송 지연을 막기 위하여 『경국대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노비를 서로 소송하다가 원고와 피고 중에서 스스로 이치상 졌음을 알고 여러 달 동안 송정에 나오지 않아서, (송정에 나오도록 촉구하기 위하여) 재차 가동(家僮)을 수금(囚禁)한 후에도 30일이 차도록 송정에 나타나지 않거나 시송(始訟)한 후 50일 내에 이유 없이 송정에 나오지 않는 것이 30일이 넘는 경우에는 취송(就訟)한 자에게 승소 판결을 한다.

주(註) : 송정에 나와서 직접 성명을 착압(着押)하는 것을 증표로 한다. 비록 잘못 판결하였다고 정소하더라도 청리하지 않는다. 오직 친착에 거짓이 있는 경우에만 다시 청리할 것을 허락한다.173)『경국대전』, 형전, 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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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부 결송 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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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자는 송정에 나가면 출석 장부에 직접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였다(親着). 그리고 소송 상대자가 장기간 송정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즉 소송을 시작한 지 50일 내에 30일 동안 송정에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친착한 소송자에게 승소 판결을 하였다. 이를 친착결절법이라 하는데,174)박병호, 「부동산 소송법(不動産訴訟法)」, 『법학(法學)』 2-1, 서울 대학교 법학 연구소, 1960 ; 『한국 법제사고(法制史考)-근세(近世)의 법과 사회-』, 법문사, 1974, 279∼283쪽. 소송의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계속적으로 송정에 나온 사람이 승소하는 규정이었다.

한편, 소송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동일한 사안으로 계속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비리호송의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패소자가 소송관이 교체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정소하여 소송을 지연시키고 번잡하게 하는 폐단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하여 시행된 규정이 삼도득신법이다.

『경국대전』에는 “삼도득신이면 다시는 청리하지 말 것이다. 모든 쟁송이 마찬가지이다.”는 규정이 있다.175)『경국대전』, 형전, 사천. 한쪽 소송자가 세 번의 판결 가운데 두 번 승소하면 패소자가 억울하더라도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제한 것이다. 이는 소송의 번잡함을 방지하기 위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한 것인데, 이와 동시에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통로로서의 효과도 있었다. 패소자가 오결로 인한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재차 삼차까지 심의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열어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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