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8권 고문서에게 물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삶
  • 제5장 국가 및 관리 생활과 문서
  • 2. 과거 문서
  • 백패
박재우

다음으로 백패에 대하여 살펴보자. 가장 오래된 백패는 ‘이숭원 백패(李崇元白牌)’이다.213)정구복 외, 「이숭원 백패(李崇元白牌)」, 『조선 전기 고문서 집성』, 국사 편찬 위원회, 1997.

1  교지

2   유학 이숭원 생원 3등 제18인 입격자

3   경태 원년 9월 초5일

이 문서는 1450년(세종 32) 9월에 유학(幼學) 이숭원이 생원시 3등 제18인에 합격하여 발급받은 백패이다. 양식을 보면 1행은 문서 종류인 ‘교지’, 2행 은 수취자와 문서 내용으로 이숭원에게 생원시 3등 제18인 입격(入格)을 준다는 것이며, 3행은 발급 날짜인 ‘경태(景泰) 원년 9월 초5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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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원 백패
이숭원 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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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것은 백패 역시 교지로 발급되었다는 점이다. 과거는 본고시, 예비 고시의 구분 없이 국왕이 합격자를 선발한다는 관념에서 나온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백패식(白牌式)은 홍패식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즉 홍패식은 문과, 무과로 구분하고 갑을병 등의 과를 구분하여 ‘급제출신자’를 붙인 반면에, 백패식은 생원, 진사로 구분하고 몇 등 제 몇 인으로 구분하여 ‘입격자’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숭원 백패’가 생원시에 합격하여 받은 문서라면 다음 ‘장말손 백패(張末孫白牌)’는214)정구복 외, 「장말손 백패(張末孫白牌)」, 『조선 전기 고문서 집성』, 국사 편찬 위원회, 1997. 진사시에 합격하여 받은 백패이다.

1  교지

2   성균유학 장말손 진사 2등 제7인 입격자

3   경태 4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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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말손 백패
장말손 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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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는 1453년(단종 1) 2월에 성균유학(成均幼學) 장말손이 진사시 2등 제7인에 합격하여 발급받은 백패이다. 양식을 보면 1행은 문서 종류인 ‘교지’, 2행은 수취자와 문서 내용으로 장말손에게 진사 2등 제7인 입격을 준다는 것이며, 3행은 발급 날짜인 ‘경태 4년 2월 12일’로 되어 있다. 이 문서는 생원시의 백패처럼 교지로 발급되었으나 ‘진사’로 표기되어 진사시 합격증임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생원시든 진사시든 백패 양식은 차이가 없었는데, 이러한 양식은 『경국대전』에 그대로 반영되어 조선시대 내내 이용되었다. 다음은 생원시, 진사시 합격자에게 주었던 『경국대전』 「예전」의 백패식이다.215)잡과(雜科) 합격자도 백패(白牌)를 받았는데 다만 생원시, 진사시처럼 교지(敎旨)가 아니라 교첩(敎牒)의 형태로 받았다. 『경국대전(經國大典)』 권3, 예전(禮典), 잡과백패식(雜科白牌式)을 보면 “어떤 조에서 왕명을 받들어 구관 누구 어떤 과 몇 등 제 몇인 출신자. 년 인 월 일. 판서 신 누구 참판 신 누구 참의 신 누구 정랑 신 누구 좌랑 신 누구”로 되어 있어 생원시, 진사시의 백패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  교지

2   구관 누구 생원(진사는 진사로 칭함) 몇 등 제 몇인 입격자

3   년 보 월 일

이처럼 조선 시기의 홍패와 백패는 왕권 강화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인재의 선발은 국왕의 고유 권한이라는 관념이 양식에 반영되도록 새롭게 만든 문서였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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