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8권 고문서에게 물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삶
  • 제5장 국가 및 관리 생활과 문서
  • 5. 왕명과 상주문
  • 국왕의 명령
  • 비답
박재우

교서와 양식상 유사한 것이 비답이다. 비답은 신료가 올린 상소에 대하여 국왕이 답변하는 문서이다. 비답으로는 사직을 요청하는 관리의 상소에 대하여 허락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불윤 비답(不允批答)이 가장 많다. 다음 ‘유성룡 비답(柳成龍批答)’을269)『고문서 집성』 권15, 풍산 유씨편, 비답(批答), 한국 정신 문화 연구원, 2000. 살펴보자.

1    의정부 영의정 유성룡이 사직을 위해 두 번 올린 것에 대한

2  불윤 비답

3  왕약왈 오호 경이 나를 버리고 쉬겠다는 것인가.

4    그런즉

5  사직의 근심을 잊고 스스로 편안하기를 구하는 것인가.

   ……

40   원컨대 경은 나의 뜻을 헤아려 헛되이

41   사퇴를 꾀하지 말고 먼저

42 종사를 위하기를 생각하라. 오호, 의는 비록 군신이나 정은 오히려 부

     자와 같도다. 옛날에 일찍이

43   냇물에서는 배와 삿대가 되어 주고 국을 끓일 때는 소금과 매실이 되

     어 달라는 두 구절을 경에게 일렀는데, 지금 어찌

44   하루 만에 나라를 잊으려 하는가. 부디 신하의 힘을 다하여 의지하는 정성에 부응하라.

45   진실로 사퇴하는 바는 마땅히 불윤하노라. 고자교시 상의지실.

46   만력 24년 9월 초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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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룡 비답
유성룡 비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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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는 1596년(선조 29) 9월에 영의정 유성룡이 올린 사퇴 상소에 대하여 선조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내린 비답이다. 양식을 보면 1∼2행은 발급 목적인 ‘의정부(議政府) 영의정(領議政) 사직(辭職)을 위해 두 번 올린 것에 대한 불윤 비답’, 3행은 문서 양식인 ‘왕약왈’, 3∼42행은 문서 내용으로 유성룡의 사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유, 42행∼44행은 ‘오호’와 당부의 말, 45행은 발급 목적으로 ‘진실로 사퇴하는 바는 마땅히 허락하지 않는다’와 문서 양식인 ‘고자교시 상의지실(故玆敎示想宜知悉)’, 46행은 발급 날짜인 ‘만력 24년 9월 초9일’로 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교서와 비답은 양식이 비슷하다. 다만 서두가 교서는 ‘교’와 ‘수취자’인 반면에 비답은 ‘수취자’와 ‘불윤 비답’이고, 말미의 ‘진실로 사퇴하는 바는 마땅히 허락하지 않는다’는 비답에만 있고 교서에는 없을 뿐이다. 그래서 불윤 비답은 불윤 교서라 부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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