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0권 이방인이 본 우리
  • 제5장 개항기 외국 여행가들이 본 조선, 조선인
  • 1. 조선인에 대한 인상
  • 컬러풀한 민족
홍준화

흔히 조선인은 흰옷을 즐겨 입기 때문에 색에 둔감한 것이 아닌가라는 선입관을 갖기 쉽다. 그러나 조선인이 색을 좋아하는 컬러풀한 민족이라는 것은 외국인 여행가들도 인식하고 있었다.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은360)퍼시벌 로웰은 1855년에 미국 보스턴의 명문가에서 태어났으며, 플래그스태프에 천문대를 세운 천문학자이다. 동양에 심취하였던 그는 오랫동안 동아시아를 여행하였고, 일본에서 주일 외국 대표로 10년간 체류하였다. 그가 조선을 방문한 것은 보빙사(報聘使)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1883년(고종 20) 조선 조정은 조미 통상 조약을 체결한 후, 회사(回謝)와 견문(見聞)을 위해 미국에 보빙사를 파견하였는데, 그가 안내자 역할을 해 주었다. 고종 황제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그를 초청하였고, 1883년 12월 귀국하는 보빙사 일행과 함께 조선 땅을 밟았다. 그는 그해 겨울을 조선에서 보냈는데, 이때의 체험담을 41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여행기로 1885년 출판하였다. 의복에서 이를 발견하였는데, 이에 대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색으로 치면 조선의 옷은 분명히 아름답다.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푸른빛이 도는 백색 옷을 즐겨 입는데, 그처럼 미묘한 색을 지켜 오는 데에는 아마도 인간이 기울일 수 있는 한도 이상의 힘든 노력이 필요하였으리라. 상류 계급-소위 관료들-은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백색이 아닌 화려한 색깔의 의상을 입는다. 적색, 청색, 녹색 등 이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색상의 조화는 아주 효과적인 치장 수단이 된다. 예컨대 밝은 주홍색 바지를 역시 밝은 청색 저고리 밑에 받쳐 입으면 멋진 자주색으로 조화된 느낌을 준다. 그들의 옷을 보고 있노라면 조선인은 색을 좋아하는 민족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361)퍼시벌 로웰, 앞의 책,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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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순명 태자비(純明太子妃)의 장례 행렬을 목격한 그렙스트는 많은 인파가 만들어 내는 놀라운 색채의 향연을 보고 그 느낌을 다음과 같이 토로하였다.

그 오색찬란한 색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육중한 성문의 적갈색 옻칠, 아이들이 입고 있는 핑크색과 연빨강의 저고리들, 여인들의 초록색 숄, 군인들의 새빨간 제복, 회색빛 담들, 건장한 남정네들의 눈부시도록 흰옷들! 요란하고 잡다한 소리와 아우성을 듣는 것은 또 얼마나 즐거웠던가! 천만 가지 소리를 내는 관현악이었다. 말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람을 압도하는 것이었다.362)아손 그렙스트, 앞의 책, 211쪽.

이러한 색깔의 조화는 장례 행렬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오랫동안 그의 눈에 선하게 남아 있었고, 이러한 진경(珍景)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는 되뇌었다.363)아손 그렙스트, 앞의 책, 217∼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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