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0권 이방인이 본 우리
  • 제5장 개항기 외국 여행가들이 본 조선, 조선인
  • 2. 조선의 이국적 풍물과 특산품
  • 빨래하는 여인과 다듬이 소리
홍준화

조선 여인들이 하수도나 도랑가에서 줄을 지어 앉아 열심히 빨래를 하고, 햇볕에 말리기 위해 넓게 펴 늘어놓은 옷은 외국인 여행가들의 이목(耳目)을 끈 또 하나의 장관이었다. 로웰은 조선 사람들이 흰옷을 항상 깨끗하게 입는 것에 무척 회의적이었으나 조선식 세탁법을 보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379)퍼시벌 로웰, 앞의 책, 250쪽 ; 아손 그렙스트, 앞의 책, 168쪽. 더러운 물에 빨랫감을 억척스럽게 주무르고 문지르고 조그만 둥근 막대로 사정없이 두드려, 결국은 두 눈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해 놓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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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서 빨래하는 여인들
청계천에서 빨래하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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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의 마무리 작업인 다듬이질도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다듬이질 소리에 얽힌 로웰의 경험담은 이것이 얼마나 그에게 낯선 것인가를 보여 준다.

깊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 둔탁하게 쿵쿵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여름날 저녁 개구리들이 개골개골 우는 소리처럼 선명하고 이상하게 들렸다. 어떤 집으로 가까이 갈수록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마침내 우리는 소리의 진원지를 지나 한쪽으로 비켜섰다. 왜냐하면 조금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등불을 든 시종에게 소리의 정체를 물었다. 그는 잠시 귀를 기울이더니 조선식 세탁법으로, 옷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라고 대답하였다. 평범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밤중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거기 있는 것만 같았다.380)퍼시벌 로웰, 앞의 책, 192∼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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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이질
다듬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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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방망이질 소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뒤크로는 한양을 ‘아주 큰 세탁소’에 비유하였고,381)조르주 뒤크로, 앞의 책, 79쪽. 비숍은 조선의 여인들을 ‘빨래의 노예’라고 하며 동정의 눈길을 보내기도 하였다.382)비숍, 앞의 책, 60∼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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