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0권 이방인이 본 우리
  • 제5장 개항기 외국 여행가들이 본 조선, 조선인
  • 3. 오리엔탈리즘과 왜곡된 조선 인식
  • 상상의 보물섬 조선과 식민주의적 지배욕
홍준화

유럽인들은 17세기부터 조선이 ‘보물섬’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에는 황금이 많고 조선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진주를 채집한다.”, “금으로 옷장을 장식한다.”는 기록에 주목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록을 한 사람들은 조선을 방문한 적도 없었지만, 이들의 주장은 19세기 후반에도 반복해서 등장하였다. 1860년대 조선에 개항을 요구하다 실패하고 흥선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南延君)의 묘 도굴을 감행한 독일인 에른스트 야코프 오페르트(Ernst Jacob Oppert, 1832∼1903)는 1880년에 출간한 저서 『금단의 나라 : 조선 기행(A Forbidden Land : Voyage to the Corea)』에서 보물섬에 대한 환상과 욕망을 드러내며, 독일 정부의 개입을 부추겼다. 즉, 조선은 유리한 지리적 조건, 온화한 기후, 의심할 바 없을 정도로 풍부한 광물 자원, 생 산 능력 등을 보유한 국가로, 문호 개방을 한다면 조선의 풍부한 새 자원이 개발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서 풍부한 수확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선 조정은 금과 은을 보관하는 보물 창고를 여러 곳에 가지고 있고, 금은 채굴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매장량이 풍부한 광산은 개발되지 않은 채 거의 방치되어 있는데, 아시아 대륙에서 조선만큼 광물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 책이 출간되자 한 독일 잡지는 “독일이 식민지를 가질 필요성이 있다면 적도 근처에서 식민지를 찾기보다는 조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식민주의적 지배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였다.401)이지은, 앞의 책, 139∼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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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 정박한 엠퍼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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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나라 : 조선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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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부 외국인은 조선에 광물 자원이 무진장 매장되어 있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조선을 두 번 탐사한 고트셰는 조선 지리에 대한 논문에서, “조선에 광물 자원이 풍부하지 않으며, 따라서 현존하는 광물 자원으로는 심지어 자급자족하기에도 부족한 상태”라고 발표하였다.402)러시아 대장성, 한국 정신 문화 연구원 옮김, 『한국지』, 1901(1986), 93∼95쪽. 커즌 역시 몇 년 전에 어떤 금융 전문가가 “놀랄 만큼 매장되어 있는 조선의 귀중한 귀금속을 생산하게 되면 세계의 통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이후 부정적인 견해가 속출하여 조선 광산에 대한 소문은 거짓이며, 조선의 부의 원천은 광산에 있지 않다는 주장이 있음을 환기시켰다.403)조지 커즌, 앞의 책, 140∼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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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산의 미국 광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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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은보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환상과 욕망은 사라지지 않았고, 열강은 광산에 대한 정보 수집과 탐사를 경쟁적으로 진행하였다. 열강의 조선 주재 외교관이 직접 나서는 것은 물론, 수시로 광산 관련 전문가를 파견하였다.404)일본은 1880년 미국인 광산학자 프랜드 코완(Dr. Frand Cowan)을 비롯하여 일본인들이 주도하는 광산 탐사가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영국은 주한 영국 외교관 칼스(W. R. Carles), 캠벨(C. W. Campbell), 미국은 외교 고문 데니(O. N. Denny)를 비롯하여 상인 타운센드(W. D. Townsend), 공사관 해군 무관 포크(Ceorge C. Foulk),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박물관 파견원 버나도(J. B. Bernadou) 등을 파견하여 광산 탐사를 행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이배용, 「개항 후 한국의 광업 정책과 열강의 광산 탐사」, 『이대 사원』 10, 이화 여자 대학교 사학회, 1972 참조. 그들이 상상하였던 만큼 노다지 금광이 쏟아져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탐사를 기반으로 특히 미국은 조선에서 가장 유망한 운산 금광을 확보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밖에 독일은 강원도 당현 금광, 영국은 평안도 은산 금광, 일본은 창원 광산, 러시아는 함경도 광산 등에 대한 채굴 특허권(採掘特許權)을 확보하였다.405)이에 대해서는 이배용, 앞의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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