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0권 이방인이 본 우리
  • 제5장 개항기 외국 여행가들이 본 조선, 조선인
  • 3. 오리엔탈리즘과 왜곡된 조선 인식
  • 위생 문제
홍준화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바로 위생과 비위생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는가 여부였다. 이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많은 여행가들은 조선을 문명과 거리가 먼 불결한 곳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다. 한 독일인은 한양을 가장 더러운 도시라고 해도 비방이 아닐 것이라며 조선인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카타콤(Catacomb)에서 살았던 것처럼 살고 있다.”고 혹평하였다.412)이지은, 앞의 책, 234쪽. 비숍 또한 베이징을 보기 전까지 한양이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냄새나는 도시가 아닐까라고 생각하였다.413)비숍, 앞의 책, 52쪽. 1893년에 조선을 방문하였던 일본인 지리 교사 야쓰 쇼에이(矢津昌永)는 자신의 여행기 『조선 서백리 기행(朝鮮西佰利紀行)』(1894)에서, 부산 거류지는 ‘일종의 악취=조선 특유의 썩은 냄새’가 풍겼으며, 그들의 집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누추하다고 기술하였다.414)박양신, 앞의 글, 114∼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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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통과하는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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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와는 상반되게 조선인이 청결하고 위생적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부산 항구의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불결하였으나 노동자 계급에 속하지 않는 자들은 흠잡을 데 없이 청결하였다는 것이다.415)아손 그렙스트, 앞의 책, 34쪽. 또 지금까지 조약(條約) 항구들을 통해 다소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관광객이 조선을 지구상에서 가장 불결한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다면, 대단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겐테는 우선 중국인과의 비교를 통해 조선인이 청결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인은 짐승이나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원래 어디에서나 집처럼 거리낌 없이 행동하며, 개나 고양이처럼 훈련을 받은 가축들조차 부끄 러워할 일을 공공연히 해결하기 위해 북적거리는 길거리 한쪽을 헤매고 다닌다는 것이다. 반면 조선은 유럽의 마을이나 소도시들이 본받을 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더구나 교양 있는 조선의 남자들은 땅바닥이 오염되는 것을 워낙 싫어하여 여행 중 이동식 변기(便器)는 필수이며, 심지어 귀족이나 관료인 ‘양반’은 집에서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화장실을 설치하였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청결에서도 조선인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깨끗한 편이라고 파악하였다. 흰옷을 즐겨 입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독일의 부두 노동자나 농가의 머슴들을 보고 독일인의 청결성을 판단한다면, 조선에 대해 세계 관광객들이 내린 성급하고 분별없는 주장처럼 독일 역시 부끄럽고 부당한 결과가 나올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였다. 더구나 부엌 가구들을 보면 기분 좋은 실망을 할 것인데, 진흙으로 쌓아 만든 아궁이는 매우 소박하지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부엌의 크기도 상당히 넓었다.416)겐테, 앞의 책,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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