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1권 서구 문화와의 만남
  • 3 근대 스포츠와 여가의 탄생
  • 04. 근대 대중여가의 공간과 활동
  • 원거리 여행 문화
심승구

근대 여가에서 가장 큰 특징은 대중 여가가 시작되었다는 점이 다. 근대식 운송 수단인 전차, 철도, 선박, 자동차 여행은 일상 생활의 변화뿐 아니라 대중 여가의 기회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바로 원거리 여행이었다. 종래 ‘원족(遠足)’이라는 근거리 소풍(逍風)에서 먼 거리의 여행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로부터 전국의 명승지를 찾는 발길이 잦아졌고, 서울 구경을 비롯해 수학여행, 유적순례, 온천여행, 신혼여행 등의 새로운 여행문화가 열렸다. 교통 수단의 발달은 원거리 여행 문화를 가능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여관·호텔 등 근대식 숙박시설의 발달을 가져왔다.

이와 함께 야외에서 머물 수 있는 등산 또는 캠핑을 위한 다양한 장비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여행을 위한 텐트가 판매되었다. 다만, 텐트라는 용어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여행 장막’이라고 불렸다. 길이가 40척, 넓이가 16척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대형 텐트라기보다는 중소형 텐트였던 것 같다.

본인이 12월 18일(음 11월 초칠일) 상오 9시 30분에 신문 내 정동 초입 청상 이태호 상변 양옥에서 스탯맨 씨의 미품 집물(美品什物)을 박매할 터인데, 물품은 주방 및 공역 기구와 철침상 및 석(席), 장(帳), 병(屛)과 각양 교의(交椅)와 양품(良品), 순상 및 반상, 서상, 의상과 반기 제구와 유리기, 사기와 양탄자와 호품 자행거 자봉침 및 풍금과 여행 장막(장 40척 광 16척)과 각양 신선한 난로 등 허다 물품이오. 물품 송교시에 가액은 지폐로 수함. 캘릿스키 고백.164) 『황성신문』 1900년 12월 26일자.

위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여행 장막은 수입품이라기보다 국내 거주한 외국인의 사용하던 물건이었다. 어떻든 양품으로 불리는 물품들은 여행 장막 이외에도 종류가 많았다. 그 가운데는 서양 악기인 풍금, 사냥무기인 엽총과 연방총,165) 『황성신문』 1901년 5월 24일자 3면. 인력거, 목욕통, 시계 등 다양 한 품목들이 확인된다. 서양의 총포류가 수입된 것은 당시 사냥이 중요한 레저 활동의 하나로 등장하였음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은 일본인 사냥꾼들을 비롯한 외국인 사냥꾼들에게 좋은 사냥터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결국 대중 여가와 관련된 서양 품목은 직접 수입되기도 하지만, 조선에 살다 가는 외국인들의 물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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