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2권 한반도의 흙, 도자기로 태어나다
  • 2 토기 제작전통의 형성과 발전
  • 01. 기술혁신과 공방의 발전, 원삼국시대
  • 토기 제작기술의 발전
  • 원료 점토
이성주

점토의 두 가지 중요한 특성, 즉 물과 결합하여 가소성(platicity)을 가진다는 것과 열에 반응하여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성질이 응용되어 토기가 만들어진다. 토기 원료인 점토는 그 종류에 따라 화학적 조성이나 물리적 성질이 천차만별이다. 점토의 생성 과정에 따라 제자리서 풍화되어 쌓인 1차 점토와 운반 퇴적되어 만들어진 2차 점토로 나뉘는데, 가령 토기를 만들 때는 철화합물을 비롯한 기타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는 2차 점토가 주로 이용되지만 순도 높은 자기를 만들려면 순수한 1차 점토가 사용해야 한다. 2차 점토를 사용하는 도공도 자신의 제작기술에 적합한 점토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만 선별의 기준이 얼마나 엄격한가는 기술적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원삼국시대 전기에는 신기술이 수용되었다 하더라도 청동기시대 무문토기의 전통이 일정 부분 남아 있었다. 그릇의 형태에도 남아 있지만 무문토기의 태토와 별반 차이가 없는 원료 점토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원삼국시대 후기로 접어들면서 원료 점토의 선별기준이 훨씬 엄격해지게 된다. 즉, 일정한 질감을 가진 그릇으로 완성해 낼 수 있고 발전된 성형 및 소성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원료 점토를 찾아서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삼국시대의 회색타날문단경호나 진·변한에서 유행한 와질토기의 원료 점토는 실트성의 미세입자가 많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점토의 비율이 높고 굵은 모래는 거의 없거나 소량에 불과하다. 그리고 철분이 적은 점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와질토기 중에는 회백색의 고운 질감을 가진 도기가 많다.

원삼국시대를 거치면서 이러한 점토를 이용하는 안목이 점점 높아져 갔다. 이 시대 말기의 도질토기 제작자들은 빠른 물레질을 적용하여 그릇 벽을 얇게 만들어도 점토가 쉽게 끊어지지 않고 고온 소성을 하더라도 녹아서 주저 않거나 부풀어 오르지 않는 점토를 찾아 사용하게 된다. 특히, 원삼국시대 말기 함안과 김해 지역의 몇몇 선진적인 도공들이 그러한 원료를 찾아 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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