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2권 한반도의 흙, 도자기로 태어나다
  • 2 토기 제작전통의 형성과 발전
  • 02. 삼국의 토기생산과 발전
  • 신라·가야
  • 고분문화와 토기생산
이성주

신라·가야 토기는 생산지인 요지(窯址), 소비지인 취락지, 혹은 고분군에서 출토된다. 그동안 신라·가야 지역에서는 고고학 조사가 고분 발굴에만 치중되어 온 까닭도 있지만, 이 지역에는 고분에 토기를 다량으로 부장하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에 토기하면 대개 고분 출토품이 많았다. 고분에서 발굴된 토기의 종류와 그 구성 비율은 생활유적에서 출토된 것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에서 생산되고 소비된 토기의 양상을 알기 위해서는 모든 성격의 유적에서 출토된 자료를 다 모아서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고분에 서 출토된 토기 자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라·가야 토기 연구자들은 으레 고분 출토자료를 분석하고는 한다.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에 걸쳐 신라·가야의 고분에 부장되는 품목으로서 토기는 약 20여 종이 있다. 신라와 가야는 고분에 부장된 토기의 종류가 서로 달랐고 가야 지역 안에서도 소국마다 토기의 종류와 그것을 부장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다. 신라고분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그릇 종류 중에 도질토기로는 유개고배, 무개고배, 장경호, 대부장경호, 유개장경호, 대부직구호, 단경호, 소형평저단경호, 파수부배, 완, 유대파수부완, 개배 등이 있고 적갈색토기로는 발(鉢) 혹은 유개발(有蓋鉢), 파수부옹, 시루, 장동옹 등이 있다.

신라고분은 시신이 들어가는 주곽과 부장품만 들어가는 부곽이 나누어지기도 하는데, 소형 토기는 주곽의 머리위나 발치에 배치하고 부곽에는 소형 토기도 넣어주지만 대형 항아리가 많이 들어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형기대, 발형기대, 대옹 등을 봉토 바깥 주구에 세워 제사지내기도 하고 따로 제의시설을 마련하여 토기를 묻어주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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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부장용 토기 기종 구성
신라 부장용 토기 기종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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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토기 제사는 신라와 가야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지역에 따라 제사법이 다르므로 지역집단들마다 특색을 보여주기도 한다.67) 朴天秀, 「器臺를 통하여 본 加耶勢力의 動向」, 『가야의 그릇받침』, 국립김해박물관, 1999, pp.93∼106 ; 金東淑, 「新羅·伽耶 墳墓의 祭儀遺構와 遺物에 관한 硏究」, 『嶺南考古學』 30, 2002, pp.59∼98. 물론 시기나 지역에 따라 그 릇의 종류나 묻어주는 방식에는 차이가 많지만 신라의 영역 안이라 하면 같은 시기에 같은 등급의 무덤에는 부장품으로 배치되는 토기의 종류와 부장 규모가 비슷하다. 가야는 소국마다 나름대로의 부장 토기의 종류가 정해져 있고 신라만큼 토기의 부장 수량이 많지 않으나 대형 고분에는 상당한 양의 토기가 부장되었고 고분의 등급에 따라 뚜렷한 차이도 있었다. 이는 나라마다 신분에 따라 부장토기의 종류와 분량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고 일정한 제사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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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의 부장용 토기
대가야의 부장용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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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성산동 38호분 토기 부장 상태
성주 성산동 38호분 토기 부장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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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 토기의 품목은 신라와 가야가 서로 다르고 그 안에서도 지역과 시기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예컨대 대부장경호의 경우는 신라고분에만 있고 대각이 없는 유개장경호와 발형기대가 조합된 토기는 고령을 중심으로 한 대가야 세력권에서만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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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195호로 지정된 토우 장식 토기
국보 제195호로 지정된 토우 장식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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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기 중엽부터 100년간 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가 가야 세력을 대표하였는데 각 소국마다 고분의 구조도 달랐지만 부장되는 토기의 양상도 조금씩 달랐다. 물론 공통된 기종도 있어서 유개고배, 장경호, 발형기대, 통형기대, 파수부완 등은 가야 어느 지역의 고분에 서나 볼 수 있는 그릇 종류이다. 고분의 종류나 매장시설의 크기에 따라 토기를 부장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었다. 매장시설의 크기로 보면 아라가야의 석곽(石槨)이 가장 큰 편이었고 같은 시기의 소가야고분은 석곽이 좁고 길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부장되는 토기의 크기나 부장양도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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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와 가야의 이형토기-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배 모양 토기
신라와 가야의 이형토기-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배 모양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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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와 가야의 이형토기-경주 계림로 25호분에서 출토된 수레 모양 토기
신라와 가야의 이형토기-경주 계림로 25호분에서 출토된 수레 모양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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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와 가야의 이형토기-전 함안 말산리34호분에서 출토된 수레바퀴 모양 토기
신라와 가야의 이형토기-전 함안 말산리34호분에서 출토된 수레바퀴 모양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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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와 가야의 이형토기-전 의령 대의면에서 출토된 수레바퀴 모양 토기
신라와 가야의 이형토기-전 의령 대의면에서 출토된 수레바퀴 모양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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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나 가야의 고분에서는 실용적인 기능보다는 주술적이거나 상징적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되는 토기가 출토되고는 한다. 형태가 매우 특이하고 장식성이 강한 토제 유물 중에는 용기로서의 기능이 전혀 없어 토기의 범주에 넣기 어려운 것도 있다. 이를테면 경주시내 고분에서 주로 출토되는 토우(土偶)는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그대로 본떠 만든 것으로 용기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양한 형태의 토우를 고배의 뚜껑이나 장경호의 어깨에 부착하여 장식한 토우장식토기(土偶裝飾土器)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용기의 기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면서 특이한 형태를 가진 토기를 통칭하여 흔히 이형토기(異形土器)라고 한다. 토우나 토우장식토기는 신라고분에서만 발견되고 있는데 비해 이형토기는 가야의 고분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이형토기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상위 고분에서 발견되는 것이 보통인데, 상위 신분자를 위해 무언가 특별한 기술과 정성으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형토기 중에는 동물이나 물건, 혹은 특별한 복장을 한 인물 등을 그대로 본 떠 만든 상형토기(象形土器)도 있지만 뿔잔이나 등잔 모양 토기, 특이한 형태의 주구토기(注口土器), 찬합모양토기처럼 사물을 모방하였다고 하기보다 특수한 기능에 맞게 만들다 보니 이형토기로 된 것 같다.

토우와 토우장식토기와 함께 특이한 모습은 이형토기들이 풍부하게 제작되는 것은 고구려나 백제와는 다른 신라·가야 고분문화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왜 이형토기가 제작되고 무덤에 부장품으로 넣어주는지에 대해 전문적으로 검토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68) 李殷昌, 「新羅 土偶에 나타난 民俗」, 『新羅文化祭學術發表會論文集』 4, 1983, pp.191∼281 ; 李殷昌, 「洛東江流域의 象形土器硏究」, 『伽倻文化』 13, 2003, pp.1∼135 ; 愼仁珠, 「梁山法基里 出土 鳥形容器」, 『文物硏究』 3, 1999, pp.127∼169. 토우장식토기나 이형토기에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아니면 토우의 해학적인 모습에서 느껴지듯 삶과 감정의 자연스런 표출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수레나 배와 같은 운송수단을 본뜬 토기나 새모양토기[鳥形土器] 등은 고대인의 신화와 연결되거나 죽은 이의 영혼을 명계(冥界)로 안내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다.69) 李殷昌, 「新羅의 器用에 관한 硏究」, 『新羅文化祭學術發表會論文集』 2, 1981, pp.163∼172 ; 愼仁珠, 앞의 글, pp.162∼164.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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