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2권 한반도의 흙, 도자기로 태어나다
  • 2 토기 제작전통의 형성과 발전
  • 03. 자기발생의 전야, 통일신라시대
  • 통일신라 토기의 의의
이성주

우리나라 도자기 문화에서 통일신라 토기가 가지는 역사적 의의는 자못 크다.

첫째로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물리치고 정치적인 통합을 이룬 뒤 역사상 처음으로 통일된 국가의 영토 내에 통일된 생산기술에 의한 통일된 기종과 양식의 토기를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통일신라는 물론 고신라 토기문화의 전통을 계승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전통만을 고수한 것이 아니라 고구려와 백제의 기술과 양식도 부분적으로 흡수하여 통일된 토기문화를 정착시키고 이를 확산시켜 그릇문화에서도 통일을 이루었던 것이다.

삼국의 통일과 함께 성립된 통일신라의 토기문화는 역시 왕경을 중심으로 한 신라 지배층의 토기문화였지만 통일과 함께 정비된 지방행정조직망을 따라 빠르게 확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처음에는 신라의 왕경과 그리고 멀리 떨어진 지방과는 토기의 제작과 사용에 있어서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신라 하대에 접어들 면 각 지방에서 성장한 호족세력이 독자적인 토기생산 공방을 운영하게 되면서 중앙의 토기문화와 수준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게 된다.

둘째로는 신라의 삼국통일과 함께 중세 귀족사회가 성립하면서, 특히 지배층의 생활문화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고 이에 부응하여 토기의 종류와 질, 그리고 장식 등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였다. 발전의 양상을 요약해서 말하라면 ‘분화’와 ‘전문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를테면 통일신라시대에 접어들면서 저장, 운반, 조리, 식사 등 그릇의 용도에 따라 분화가 아주 심화되어 가는 경향도 있지만 같은 용도의 그릇이라도 음식물의 종류나 저장 혹은 조리 방법에 따라서도 더욱 다양한 질과 형태로 분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76) 洪潽植, 「통일신라 토기」, 『우리옛그릇』, 부산박물관, 2006, pp.167∼178.

한편, 통일신라 지배층의 문화는 이전에는 없었던 다양한 귀족적 생활양식들이 포함되면서 생활문화 자체가 풍성해졌으며 이와 아울러 토기의 사용도 다양화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과 함께 용도에 따른 그릇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질에 보다 엄격한 기준이 매겨지고 사용에 있어서도 법식과 같은 것이 정해짐으로써 그릇의 사용이 전문화되어 간 것이다. 통일신라 토기에는 회청색의 단단한 도질토기, 회색, 혹은 흑색의 와기, 적갈색연질토기, 시유도기 등 다양한 질의 토기군으로 나누어질 뿐만 아니라 커다란 저장용 항아리에서 건축부재랄 할 수 있는 장식된 와전류, 그리고 고급스런 소형의 찻잔에 이르기까지 크기와 용도에서 천차만별이다. 이와 같이 크기, 형태, 질이 다른 제품들의 구체적인 양상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제작공방, 혹은 제작공인에 따라 일정 수준으로 전문화되었으리라 여겨진다. 통일신라 토기의 연구에서는 생산의 전문화도 중요하지만 그릇의 형태와 질에 따른 사용의 전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셋째로는 성형기술을 필두로 한 제작기술의 발전과 토기의 고급 화 과정이다. 통일신라시대의 도공들은 그릇의 용도에 따라 무척 다양화된 그릇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성형하고 대량의 수요에 맞추어 생산하면서 고도로 숙련된 물레질 성형기술을 익히게 된다. 이 물레질 기술을 바탕으로 거의 모든 그릇 모양을 아주 높은 수준의 표준화가 달성된 상태로 제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신라 말기에 왕경은 물론이고 지방의 토기요지에 가장 흔하게 생산되었던 다양한 형태의 토기병은 물레질 성형의 기법에 의한 그릇의 형태만큼은 자기의 단계에 도달하였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한편, 중세 귀족적 생활문화의 수준과 안목이 향상됨에 따라 자기를 제조하지는 못하였지만 도기질 용기의 고급화가 가속된다. 특히, 당시 지배층은 당대(唐代) 수입도자를 목격하거나 사용하였던 경험이 있어 신라 도공에게 그런 수준의 그릇 생산을 요청하였을 것이다. 고급의 생활용기에 대한 요청으로 인해 신라 도공들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치밀한 태토의 고급 토기와 시유도기을 내놓았고 마침내 청자 생산에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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