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3권 삶과 생명의 공간, 집의 문화
  • 1 전통적인 취락의 입지 원리와 풍수
  • 01. 우리나라의 전통 취락
이용석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집단생활을 영위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부단한 사회적 활동과 생활의 산물로 만들어진 것 가운데 하나가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는 ‘주거’ 개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 지리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연구와 노력을 들여 창조하고, 지표에 누적된 것을 ‘주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거의 근거지이자 생활의 기초 단위가 되는 곳을 ‘가옥’이라고 한다. 가옥은 일정한 영역을 두고 적게는 몇 채에서 많게는 수만 단위 이상의 집합체를 이루기도 한다. 가옥 집합체의 개념은 ‘장소성’·‘집합성’·‘지속성’ 등의 속성에 따라 학문적 개념으로 ‘취락(聚落)’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취락이라는 용어는 한자 문화권에서 ‘촌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記)」에 “1년에 거주하는 곳이 취(聚)를 이루었고, 2년이 지나 읍(邑)이 되었고, 3년에 도(都)를 이루었다.”고 하였으며, 이에 대한 주를 달고 “취는 곧 촌락이다.”라고 표현하였다.1)홍경희, 『촌락지리학』, 법문사, 1985, p.23 ; 『史記』 「五帝本記」, “一年而所居成聚二年成邑三年成都, 註 聚謂村落也.” 취락은 ‘모이다.’ 혹은 ‘한곳에 축적되거나 수렴된다.’는 의미의 ‘취’와 ‘모여 살고 있는 곳’이라는 의미의 ‘락(落)’ 의 뜻이 합쳐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취’와 ‘락’은 모두 군집과 축적의 뜻이 있는 것으로, 지리적 관점으로 해석할 때 인간이 군집하여 집단생활을 영위하는 특정 장소로서의 생활무대를 가리키는 것이다.2)오홍석, 『취락지리학』, 교학연구사, 1989, p.10. 취락은 영어권에서 ‘settlement’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일정 장소에 ‘정착(定着)하여 사는’ 것으로, 인간의 사회생활의 기반이 되는 곳을 의미한다.

취락은 일정 영역에 거주하는 인구집단의 적고 많음이나 사는 사람들의 직업, 기능이나 역할, 경관의 차이 등에 따라 크게 ‘도시’와 ‘촌락’으로 구분한다. 물론 도시와 촌락은 다시 규모와 기능, 형태 등에 따라 분류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도시의 경우에는 인구가 모여 사는 규모와 형태에 따라 몇만 규모의 소도시에서부터 천만 이상의 인구의 거대도시(巨大都市), 그리고 크고 작은 도시들이 도시군(都市群)을 이루는 거대도시(巨帶都市) 등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촌락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주민의 주된 생업에 의해 농촌·산촌·어촌으로 다시 나누기도 하고, 또 그 평면형태 혹은 가옥의 밀집도에 따라 집촌(集村)과 산촌(散村)으로 나누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통 취락의 대부분은 농업을 생활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취락은 ‘농촌’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며 ‘촌락’ 혹은 ‘마을’의 개념과 단위로 설명되고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취락 발생에는 농업과 관련된 지형, 기후, 토양조건, 물의 이용 등의 자연조건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조건 외에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사회구조, 정치체제, 문화수준, 경제력 등도 취락의 입지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통 취락을 대상으로 하되, 촌락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취락은 도시와 촌락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근대화와 산업화 이전에는 서구보다 도시의 발달이 상대적으로 미비하였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농업을 기반으로 한 촌락을 중심으로 하면서, 비농업적인 기능과 농촌과는 구별되는 고유한 기능을 가진 도회(都會)3)장승일, 「조선 후기 경기지방의 도회연구」, 『대한지리학회』 29(2), 1994, pp.183∼184.로서의 서울, 그리고 지방 고을을 부분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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