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3권 삶과 생명의 공간, 집의 문화
  • 1 전통적인 취락의 입지 원리와 풍수
  • 04. 현대 사회와 주거문화
이용석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농경을 중심으로 한곳에 정착하여 삶의 터전으로 삼는 뿌리 내림의 정착문화를 형성하였으며, ‘땅’ 혹은 ‘고향’에 대한 동경과 애착이 다른 민족보다 강한 편이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심성을 비교할 때, 동양인은 장소에 매이는 전통(place-bound tradition)이 강하고 서양인은 시간에 매이는 전통(time-bound tradition)이 강하다고 한다.17)Pak Hyo-bum, China and the West: Myths and Realities in History, Leiden: E.J. Brill, 1974, p.40.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은 외적의 침입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난을 피했다가 반드시 귀향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러한 귀향의 배경에는 장소에 얽매이는 전통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 역시 현재 자기가 살고 있는 땅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다. 특히, 조상들이 선택하여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마을에 대한 애착은 하나의 신앙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주거와 공동체 문화는 어떤 면에서는 ‘마을’이 중심이 되었으며, 마을은 근대화 이전까지 자급자족적 경제구조 속에서 자치적인 공동체사회를 이루며 대대로 이어져 내려왔고, 전통적인 사회구조의 바탕이 되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거문화의 전통은 20세기 들어 근대화와 산업 화,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이 진보하고 사회가 발달하면서 농촌보다는 도시에 사는 인구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현대 사회에서 도시에서 살 곳을 선택할 때는 주택의 가격, 학교나 일터로의 접근성과 교통여건, 편의시설의 근접 여부나 쾌적성 등의 주거환경 등을 많이 고려하며, 집의 외관과 내부구조, 이웃의 사회·경제적 지위, 지역개발 전망 등도 중요한 주거 선택 조건으로 꼽는다.

사람이 살 만한 땅은 개인과 사회의 가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취락의 입지 원리와 풍수 등이 전통사회의 고루하고 버려야 할 가치라기보다는, 우리 주거문화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열쇠로 평가하고 가치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측면에서 현대 사회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로운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지역개발과 지역 공동체 형성의 패러다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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