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3권 삶과 생명의 공간, 집의 문화
  • 4 주 생활용품
  • 03. 민속 기물과 가구
  • 3. 궤의 짜임
  • (1)나무
정대영

나무에는 나무마다 각기 다른 조직이 있는데, 같은 종의 나무라도 성장과정, 기후, 토질, 위치 등에 따라 성질[木性]이 다르다. 따라서 나무를 가구 및 기물의 재료로 사용할 때는 그 성질에 따라 잘 배치하고 적용해야만 한다. 이는 기물을 완성한 후 사용 중에 나무가 휘거나 터지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일부만을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성장과정에서 먼저 형성된 나무 조직이 나중에 형성된 것보다는 조밀도가 높고, 나중에 형성된 조직은 먼저 형성된 것보다 성글고 수분 함유량도 많다. 같은 나무 안에서도 이렇게 조직 조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물을 만드는 재료로 쓰일 때도 그 오차가 그대로 남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오차는 기물이 완성된 후에도 움직이려는 힘으로 작용해 조밀도가 높은 부분은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려 들고, 낮은 부분은 줄어들려고 한다. 이때 더 많이 줄어드는 부분이 생기면서 휘는 현상이 나타난다. 아무리 단단한 나무라고 할지라도 오차한계가 적을 뿐 원리작용은 동일하다. 따라서 가구를 제작할 때는 이 같은 나무의 성질을 고려하여 나무판재를 배치 결속하는 것이 기본이다.

때문에 널과 널을 결속하여 궤를 제작할 때 각 모서리의 결속은 서로 응결하려는 힘의 방향을 안쪽으로 가게 해야 한다. 힘의 방향이 모여지면 결속이 단단해져 한계치 힘을 차단하여 주기 때문에 뒤틀림을 방지할 수 있지만, 두서없이 배치하여 결속하면 궤가 완성된 상태에서 뒤틀림이 나타난다.

결속하지 않고 붙여주어야 하는 궤의 상판과 문판(門板)의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이 경우는 결속된 부분보다 더 자유롭게 작용하려 하기 때문에 좀더 합리적인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문판의 경우 휘는 방향이 앞으로 가게 배치하여 나무 조직의 변화가 생기면 문이 정확하게 닫히지 않고 벌어져서 제 역할을 못 할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좋지 않다. 그러므로 제작할 때부터 제작 후 나무 조직의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여 휘는 방향이 안쪽으로 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欌)의 경우도 동일하다. 중심이 되는 기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염두에 두고 힘을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서로 배치해야 한다. 만약 이를 고려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배치하면,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이 같은 논리는 나무[木]와 못[釘]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적합한 자리를 잘 살펴서 못을 박아야 한다. 그러나 결속을 강하게 하기 위해 못을 과하게 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못을 많이 사용하여 강하게 결속시켰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나무끼리 자연적으로 결속시킨 것보다 못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강한 결속을 위해 더 많은 못을 사용하면 결국 나무가 견뎌내지 못해 터지고 만다. 나무는 완성된 기물이 된 후에도 계속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연의 힘에 대비해야 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치를 모르고 재료를 다루었을 때는 제작한 뒤에도 뒤틀림, 불균형, 터짐, 부분 파손, 문이탈(결손) 등이 생겨서 기물의 수명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실용성과 미적인 아름다움이 떨어지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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