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1 음악의 근원
  • 01. 예악(禮樂)의 기원
  • 악·가·무 일체를 연행하는 제사
송지원

우리 상고시대의 문화를 기록하고 있는 『후한서』나 『삼국지』의 「동이전」을 보면 부여, 고구려, 예, 마한 등과 같은 고대 국가에서 하늘에 제사하는 제천(祭天)의례를 행할 때 수 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고 술을 마셨다고 하는, 음주가무(飮酒歌舞)의 전통이 확인된다.9) 장사훈, 『증보한국음악사』, 세광출판사, 1986, pp.18∼19. 이러한 의식들은 모두 의례 행위로서 제사 의례의 하나로 이루어졌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제사 의례로서 행해지는 악·가·무 일체의 전통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춤과 노래, 기악이 종합적으로 어울려 행해지는 방식은 고대 사회의 의례에서는 일반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부여와 고구려, 예에서 이루어진 제사의례를 보자.

○ 부여에서는 정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국중대회(國中大會)에서 며칠 동안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는데, 그런 의식을 영고(迎鼓)라고 한다.

○ 고구려의 백성들은 가무를 즐겼으므로, 나라의 고을과 마을에서 밤에 남녀가 서로 어울려 유희(遊戲)를 하였다. … 10월에 하늘에 제사지내는 국중대회를 동맹(東盟)이라고 한다.

○ 예(濊)에서는 늘 10월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는 낮과 밤에 술을 마시고 노래와 춤을 추었는데, 그런 의식을 무천(舞天)이라고 한다.10) 송방송, 『증보한국음악통사』, 민속원 2007, pp.29∼30 재인용.

이러한 의례들은 모두 제사행위로서 농사나 목축 등의 생업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인류 초기의 예술 작품으로 간주되는 벽화의 그림들이 발굴되는 곳이 곧 의식을 거행하는 장소로 간주되는 것도11) 엠마누엘 아나티, 이승재 옮김, 『예술의 기원』, 바다출판사, 2008, p.449. 인류 초기에 이루어진 의례행위가 제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려준다. 현존하는 여러 암각화에서 보이듯 이들의 의례행위에서는 몸동작, 즉 춤의 흔적이 보이고 음악 연주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음악과 춤을 통해 무언가 표현하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표현이란 때론 기원일수도, 기복(祈福)일 수도, 혹은 주술적 의미일 수도 있지만 의례행위에 춤과 노래, 음악이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이 하나의 예술행위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자연스런 추측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의 남쪽지역에 전하는 암각화, 즉 바위에 새겨진 그림에서도12)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높이 3m, 너비 10m의 규모로서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의 암반에 새겨진 바위그림이다. 여기에는 동물의 그림, 사냥하는 그림, 음악과 춤을 연행하는 장면 등 75종 200여 점의 다양한 그림이 새겨져 있다. 춤과 음악이 연주되었음을 알려주는 그림들이 발견되었다. 이는 상고시대보다 훨씬 앞선 시대의 사람들도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하였다는 증거 자료가 된다. 경상남도 울산 대곡리의 반구대 바위그림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남쪽지방에 산재하는 바위그림들이 그것이다. 앞서 언급한 여러 문헌의 기록보다 훨씬 이른 시기의 제사 행위에서 이미 춤과 음악이 결합하여 연행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여기에 연극, 그림, 신화, 주문 등이 얽혀 있는 것이 곧 상고시대의 예술형태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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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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