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2 음악과 일상 생활
  • 01. 아이들의 노래
  • 아이들의 노래
  • 아이를 재우는 노래-자장가
이용식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나 할머니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자란다. 자장가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어른의 노래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장가는 아이들의 노래인 동요로 분류하기도 하고 어른의 노래인 육아 노동요로 분류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엄마의 육아 노동이었기 때문에 자장가는 육아 노동요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자장가의 노랫말에는 우리 민족의 세계관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자장가를 부르는 엄마는 아이가 잘 자라기를 소망하는 간절한 마음을 노랫말로 부른다.

자장 자장 우리 아기 / 우리 아기 잘도 잔다

금자동아 옥자동아 / 수명장수 부귀동아

금을 주면 너를 사냐 / 옥을 주면 너를 사냐

부모에게 효자동이 / 일가친척 화목동이

형제간에 우애동이 / 동네방네 유신동이(믿음직스런 아이)

태산같이 굳게 커라.45) 최상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1, 돌베개, 2002, pp.368∼369. 글쓴이가 노랫말 일부를 바꾸었다.

전국의 민요를 수 년 동안 채집한 문화방송(MBC) 최상일 PD가 1990년에 전라남도 장성군 동화면 월산리에서 채집한 자장가이다. 부모에게 아이는 금이나 옥처럼 귀중한 존재이다. 이런 아이가 큰 병치레 없이 오래도록 잘 살기를 기원하는 엄마의 애절한 마음이 아이를 재우는 자장가에 표현되었다. 부모에게는 효자가 되고, 일가친척에게는 두루두루 화목한 아이가 되고, 형제간에는 우애를 지키는 아이가 되고, 온 동네에 믿음직스런 아이가 되라는 부모의 소망이 자장가에 담겨있다.

자장가를 통해 아이들은 유아적부터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나간다. 자장가를 부르면서 토닥이는 엄마의 두드림을 통해 아이는 태아적에 듣던 엄마의 심장 박동을 들으면서 잠에 빠진다. 자장가의 가락은 단순한 가락과 리듬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잠에 빠지는 최면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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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가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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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악보는 전라남도 장흥읍에서 채록된 자장가인데, 이 노래의 노랫말은 아이의 이목구비를 모두 들먹이며 칭찬하는 내용이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 우리 애기 잘도 잔다

눈이 커서 잊어분 것은 / 잘 찾겄다 자장 자장

귀가 커서 말소리는 / 잘 듣겄다 자장 자장

코가 커서 냄새는 / 잘 맡겄다 자장 자장

입이 커서 상추쌈은 / 잘 하겄다 자장 자장.

위의 자장가 가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부르는 자장가 가락이다. 미-라-도의 세 음으로 구성된 단순한 가락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3소박으로 구성된 리듬은 ‘따단-(♪ ♩)’의 원초적이고 단순한 리듬의 지속적인 반복이다. 3소박은 우리 민요에서 가장 보편적인 리듬이다. 3소박 리듬은 우리 음악 중에서도 중중모리, 자진모리, 굿거리 등의 장단에서 나타나는 것으로서 우리 음악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리듬이다. 3소박을 ‘따단-(♪ ♩)’으로 나누는 리듬형은 그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리듬형이다. 이렇게 단순한 가락과 리듬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엄마의 노래를 들으면서 깊은 잠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장가가 이렇게 단순한 노래인 것만은 아니다. 자장가는 특별한 음악교육을 받지 않고 어머니가 부르던 것을 배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장가는 모차르트나 슈베르트의 자장가처럼 특정한 가락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부르는 어머니에 따라서, 마을에 따라서, 지방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종류의 자장가가 존재한다. 전국에 분포된 자장가의 음악적 분석을 시도한 연구에 따르면 자장가의 리듬은 3소박형뿐만 아니라 2소박형이나 혼소박형도 존재한다.47) 명현, 「자장가의 지역적 분포에 따른 음악적 특징 연구」, 『한국민요학』 16, 2005, pp.81∼83.

혼소박형이란 3소박과 2소박이 3+2+3+2 또는 2+3+2+3으로 혼합하여 이루어진 10/8박자 장단이나 3+2+3으로 혼합하여 이루어진 8/8박자 장단으로 된 음악을 의미한다. 이렇게 복잡한 리듬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노래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리듬은 예전에는 매우 흔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판소리나 산조의 엇모리장단은 3소박과 2소박이 2+3+2+3 또는 3+2+3+2로 혼합하여 이루어진 10/8박 장단이다. 이런 혼소박 리듬은 고형(古形)의 음악에서는 흔한 것으로 우리 민족의 뛰어난 리듬적 감각을 보여준다.

자장가는 인간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민요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음악으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장가는 우리나라 민요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음악적 특징을 간직한다. 아기를 재우는 자장가의 리듬이 복잡한 이유는 우리 음악이 오래전부터 복잡한 리듬을 갖는 음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음악에서 가락보다는 장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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