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2 음악과 일상 생활
  • 02. 일과 노래: 들노래[農謠]
이용식

우리 민족은 일을 하면서 늘 노래를 불렀다. 이는 우리 민족의 일이 대부분 여럿이 함께 하는 공동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여럿이 하는 일의 리듬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고 고된 일의 수고를 덜기 위한 효율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였다. 노래를 부르면서 공동체의 신명을 느꼈고 공동체의 정신을 재확인하곤 하였던 것이다.

우리 민족의 주업이 농사이기에 농사일을 하면서 부르는 들노래(農謠)가 일찍부터 발달하였다. 조선 후기에 이앙법이 보편화되면서 여럿이 모여 함께 일을 하는 ‘두레’가 성행하였고, 두레를 짜서 일을 할 때는 늘 노래와 음악이 함께 하였다.

다음의 19세기 풍속화에는 농사일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풍물패가 함께 하였던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을 보면 여러 명의 농부가 논매기를 하고 있고, 논두렁에서는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악사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왼편으로부터 징, 꽹과리, 장구, 소고, 새납(태평소)60) ‘太平簫’라는 악기 이름은 대개 궁중이나 관아에서 썼고, 민간에서는 새납, 호적, 날라리 등으로 불렀다. 새납은 이 악기의 원산지인 인도 북부나 중동에서 이 악기를 소나(sona), 세나이(senai), 셰나이(shenai), 주루나이(zurunai) 등으로 부르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악기가 중국에 전해지면서 소나(嗩吶)라 하였고, 이 한자의 우리식 발음이 새납이다. 호적은 이 악기가 ‘오랑캐[胡]의 관악기[笛]’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날라리는 이 악기의 소리가 ‘날라 다닌다’는 의미이다.인데, 이는 오늘날의 농악 편성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이런 악기들로 농사일의 흥을 돋우기 위한 농 악패를 ‘두레패’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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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세시풍속도 제5폭 부분 두레풍물
이한철, 세시풍속도 제5폭 부분 두레풍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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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과정에서 부르는 들노래는 종류도 많다. 겨울을 지내고 봄에 밭이나 논에서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하면서 부르는 <밭가는 소리>나 <논가는 소리>로 시작해서 모판에 자란 모를 묶는 <모찌기 소리>, 논에 모를 심는 <모심기 소리>, 벼가 자라면 잡초를 뽑으면서 부르는 <논매기 소리>, 타작을 하면서 부르는 <타작 소리>까지 일의 모든 과정에 노래가 함께 한다.

겨울을 지내고 봄에 밭이나 논에서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하면서 부르는 <밭가는 소리>를 부르면서 농사의 첫 과정에서부터 노래로 한 해를 시작한다. 보통 두 마리의 소를 몰아서 밭을 가는데, 밭갈애비(밭 가는 이)가 보아서 오른쪽에 일이 서툰 마라소, 왼쪽에 경험이 많은 안소를 세워서 밭을 간다. 밭갈애비는 “이러”, “어후”, “와와” 등의 고함을 지르면서 소를 모는데, 신기하게도 소가 주인의 말을 다 알아 듣는 것 같다. 논을 가는 과정은 ‘논을 삶는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도 노래가 함께 한다.

우리나라는 논농사가 발달하였고 논농사에서는 여럿이 일하는 두레가 성하였기 때문에 논농사의 모든 절차에 농부는 노래를 부른다. 논농사에서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모찌기, 모심기, 논매기 등의 일에는 특히 노래가 많이 불려진다.

우리는 볍씨를 논에 바로 뿌리지 않고 모판에 모를 키워서 모가 어느 정도 자라면 모를 뽑아 논에 심는다. 이 때 한 뼘 쯤 자란 모를 뽑아 한 춤씩 묶는 것을 ‘모를 찐다’고 한다. <모찌기 소리>는 전국 각지에 두루 전승되었다.

전라남도 남부에 널리 퍼진 <모찌기 소리>로 <먼데소리>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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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패
두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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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경답
김홍도, 경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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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모는 소리
소 모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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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아하라 에헤에먼디요

첩첩산중 허허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빠져 허허 먹지를 못하고 이르덩 끌그덩 넘노난데

내 청춘아 허허 어디를 갔느냐 아무리 찾을라고나 못찾겄네

어떤 새는 허허 밤에로 울고 또 어떤 새는 낮으로 운다

무정한 무정허노라 이종상사를 건너가자

이상사가 하하 누상사냐 김서방네 상사로다

백발이야 허허 억울하구나 이내 백발이 억울하세.61) 국립문화재연구소, 『전남의 민요』, 국립문화재연구소, 2006.

전라남도 진도군 지산면에서 부르는 <먼데소리>이다. 모찌는 고된 일을 하면서 한 해 한 해 나이가 먹어 일 하기가 어려워지는 슬픈 심정이 절절이 묻어난다. <먼데소리>는 노래의 템포가 빨라지면서 <자진먼데소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민요의 형식적 특징 중의 하나가 느린 템포의 긴소리로 시작하여 빠른 템포의 자진소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 음악에서 노래의 템포는 ‘느린-빠른’이라는 말보다는 ‘긴-자진’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노래에서 템포는 한 배의 ‘길이’와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 배는 여러 의미를 갖는데, 대개 인간의 숨과 관련된 것이다. 서양 음악에서 템포의 개념은 맥박과 관련된 것인데 비하여 우리 음악에서 템포의 개념은 숨과 관련된 것이다. 숨, 즉 한 배가 길면 느린 것이고 한 배가 짧으면 빠른 것이다. 긴소리에서 자진소리로 넘어가는 것은 농사일을 하면서 처음부터 빠르게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에는 약간 느린 속도로 작업을 하다가 새참을 먹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빠른 속도로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함이다. 운동을 하면서도 처음부터 격렬하게 하면 무리가 있듯이 일을 하면서도 처음에는 약간 느리게 하다가 어느 정도 몸이 일에 적응되면 강도를 높이는 선조의 지혜가 깃든 것이다.62) 이용식, 앞의 책, 2006, p.41.

농부들은 모를 찧고 난 후에 논에서 모를 심는다. <모심기 소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일노래 중의 하나이다. <모심기 소리>는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는데, 호남지방에서는 <상사소리>, 영남지방에서는 <정자소리>, 충청도에서는 <산유화가>, 강원도에서는 <자진아라리> 등이 대표적이다.

호남지방의 <상사소리>는 <농부가>라고도 하는데, 판소리 <춘향가> 중에 이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내려가는 길에 농부들이 부르는 <농부가>로도 유명하다.

우리퉁퉁퉁퉁 두리퉁퉁퉁퉁 어럴럴럴럴 상사뒤여

여흐여 여흐어여여루으 상사뒤여 어럴럴 럴럴 상사디여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 내 말씀 들어보소

여보 농부님 말 들어요

인정전 달 밝은디 순임금의 놀음이요

학창의 푸른 솔은 산신님의 놀음이요

오뉴월 당도허면 우리 농부 시절이로구나

패랭이 꼭지다 장화(薔花)를 꽂고서 마구잽이 춤이나 추어보세.

20세기 우리나라 최고의 여류 명창으로 손꼽히던 김소희(1917∼ 1995)가 부르는 <춘향가> 중의 <농부가> 대목이다. 판소리로 부르는 <농부가>는 음악적으로 매우 세련되었지만, 실제로 전라도에서 들어볼 수 있는 <상사소리>도 판소리 뺨치게 세련된 것을 보면 전라도 사람들이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르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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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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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소리>를 비롯한 들노래는 일의 템포를 맞추기 위해 부르는데, 대개 한 사람의 선소리꾼이 선소리(앞소리)를 메기고 여러 명의 농민이 뒷소리를 받는 형식의 메기고 받는 형식[先後唱]의 노래가 많다. 뒷소리는 대개 별 의미가 없는 노랫말을 갖고 일정한 노랫말과 가락이 반복되는데, 이는 뒷소리를 받는 일꾼들이 노래에 전념하지 않고 일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위함이다. 만약 다른 노랫말과 가락이 계속된다면 농민들이 노래에 신경을 쓰느라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선소리꾼의 노래를 그대로 받아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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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상사소리
전라도 상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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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선소리꾼은 계속 다른 노랫말과 가락을 갖는 노래를 부른다. 선소리꾼은 실제로 일은 하지 않고 일꾼들의 신명을 불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일꾼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그래서 선소리꾼은 보통 마을에서 노래도 잘 하고 입심이 세서 재미있는 노랫말을 많이 아는 사람이 하기 마련이다. 집단으로 일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 대개 선소리를 메길 때는 일꾼들이 허리를 숙이고 일을 하고 뒷소리를 받을 때는 허리를 펴고 노래 를 부르는데, 이것은 계속 허리를 숙이고 일을 하다가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는 실용적 효과도 갖는 것이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우리 조상의 지혜가 녹아 있는 것이 민요인 것이다.63) 이용식, 앞의 책, pp.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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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의 농요 채보 악보(원본)64) Homer Hulber, 앞의 책, p.320.
헐버트의 농요 채보 악보(원본)64) Homer Hulber, 앞의 책,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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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된 농요를 서양식 오선 악보에 채보한 가장 오래된 악보가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의 저서인 『The Passing of Korea』(『대한제국 멸망사』, 1906)에 실려 있다. 헐버트는 “선소리꾼은 대개 고정된 공식어구set formula를 부르지만, 가끔씩 가장 즐거운 방식으로 즉흥improvise적으로 부르기도 해서 뒷소리꾼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준다. 노래는 모두 재미있는 것이고, 일꾼들의 일을 놀이처럼 만드는 것이다.”(Hulbert, 1906: 320, 필자 번역)라고 기술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 명의 선소리꾼의 메기는 소리와 여러 명의 뒷소리꾼의 받는 소리가 한 장단씩 교대로 부르는 형식의 농요가 19세기 말에 이미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경상도의 <모심기 소리>인 <정자소리>는 <등지소리>라고도 하는데, 모찌기나 모내기에서도 부른다. <정자소리>는 <상사소리>처럼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된 것이 아니라 후렴구가 없이 두 패가 노랫말을 주고 받는 교환창 형식이다. 이런 형식은 노래의 가락은 같고 노랫말을 달리 하여 부르는데, 앞구를 ‘안짝’이라 하고 뒷구를 ‘밧짝’이라 한다. 이렇게 ‘안팎’이 한 짝을 이루어서 교환하는 노래 형식은 경상도 들노래에서 주로 보여지는 특징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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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아라리
자진아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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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는 모심기에 <자진아라리>를 부른다. 강원도 <자진아라리>는 특별한 장단에 얹어 부른다. <자진아라리>는 3소박과 2소박이 혼합된 엇모리장단으로 부른다. 우리나라 노래의 대부분이 3소박 장단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1·2·3, 1·2·3, 1·2·3, 1·2·3 하는 식이다. 자진모리나 중중모리, 굿거리 등의 많은 장단이 이렇게 3소박이 넷이 모인 3소박 4박 장단으로 되어 있고, 이를 서양 음악식으로 표기하면 12/8박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악보처럼 <자진아라리>는 1·2·3, 1·2, 1·2·3, 1·2 하는 식으로 3소박과 2소박이 혼합된 장단(10/8박자)으로 부른다. 이렇게 ‘엇’ 모는 장단이기 때문에 이 장단을 엇모리장단이라고 한다. 엇모리장단은 매우 어려운 장단이지만 오래 된 전래동요나 굿음악에 이런 장단이 많이 나타난다. 또한, <영산회상> 등의 오래된 음악에 이런 혼합박자 장단이 많은 것으로 보면 이 장단이 매우 오래된 형태의 장단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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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합자보』(1572)의 가곡 악보65) 『금합자보(琴合字譜)』는 1572년에 안상(安常)이 편찬한 거문고 악보이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악보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거문고 악보인 『금합자보』에는 당시 연주되었던 음악이 많이 실려 있는데, <만대엽>은 지금 연주되는 가곡의 모태가 되는 곡이다.
『금합자보』(1572)의 가곡 악보65) 『금합자보(琴合字譜)』는 1572년에 안상(安常)이 편찬한 거문고 악보이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악보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거문고 악보인 『금합자보』에는 당시 연주되었던 음악이 많이 실려 있는데, <만대엽>은 지금 연주되는 가곡의 모태가 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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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에서는 8박 장단도 1·2·3·4, 1·2·3·4 하는 식으로 된 것이 아니고 1·2·3, 1·2, 1·2·3 하는 식으로 3소박과 2소박이 혼합된 장단이다. 예를 들어 전통 가곡(歌曲)은 16박 한 장단으로 부르는데, 이는 3+3+2+3+3+2로 3박과 2박이 혼합된 장단이다. 이렇게 가곡이 혼합박의 16박 장단으로 부르는 것은 1572년에 편찬된 악보인 『금합자보』에서 보인다. 가곡에서 16박 한 장단을 변형한 10박의 편(編)장단도 3+2+3+2로 3박과 2박이 혼합된 장단이다. 17세기 이후 발전된 음악인 <영산회상>도 상령산·중령산처럼 6+4+6+4의 20박 장단이나 세령산·가락더리처럼 3+2+3+2의 10박 장단이 주를 이룬다. 즉, 가곡이나 <영산회상>의 혼합박 장단은 매우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길고(長) 짧은(短)’ 리듬이 혼합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리듬을 ‘장단(長短)’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혼합박자가 전통음악에 많은 것은 우리 민족의 뛰어난 음악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모심기 소리>만큼이나 많이 부르는 것이 <논매기 소리>이다. 논에 모를 심으면 벼와 함께 자라는 것이 잡초이다. 그렇기에 농부들은 여름에 잡초를 뽑느라 많은 일을 하는데, 이를 ‘논을 맨다’고 한다. 논매기는 보통 세 번을 한다. 처음 논 매는 것을 “아시 맨다”, “아이 맨다”, 또는 “초벌 맨다”고 하고, 두 번째 매는 것을 “이듬 맨다” 또는 “두벌 맨다”고 하고, 마지막으로 매는 것을 ‘만벌’, ‘만두레’, ‘만드리’ 또는 “세벌 맨다”고 한다. 초벌 매기는 땅이 굳어 있을 때 하기 때문에 호미로 매고, 두벌과 세벌은 손으로 맨다. 이렇게 여름 내내 고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의 효율을 높이고 고된 작업의 피로를 덜기 위한 <논매기 소리>는 전국적으로 많이 불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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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학산 오독떼기
강릉 학산 오독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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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매기 소리>로 유명한 것은 강원도 강릉의 <오독떼기>, 강원도 영동지방의 <미나리>, 경기도 북부의 <메나리>, 전라북도의 <만두레소리>, 전라남도의 <풍장소리> 등을 들 수 있다. 강릉의 <오독떼기>는 ‘다섯 번을 꺾어 부른다’는 의미를 갖는다고도 하는데, 노랫말 한 자 한 자를 길게 늘이면서 몇 번씩 꺾어 부르는 독특한 창법으로 부른다. 강릉 학산마을의 <오독떼기>는 특유의 창법과 세련된 노래로 인해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었다. 강원도의 <미나리>와 경기도의 <메나리>는 같은 계통의 노래이다. <메나리>는 ‘메(山)의 나리(花)’라는 뜻으로 <산유화(山有花)>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메나리>는 또한 ‘뫼놀이(山遊)’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메나리>는 <아리랑> 만큼이나 많이 부르던 노래이다. 그렇기 때문에 홍사용은 ‘조선은 메나리나라’(1928)라고 할 정도였다. 강원도·경상도에 걸친 동부지방의 민요의 음악적 특징을 흔히 ‘메나리조(調)’ 또는 ‘메나리토리’라고 하는 것도 동부지방 민요의 특색이 <메나리>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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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가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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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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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자배기토리
육자배기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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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나리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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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민요는 지방마다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갖는다. 언어가 지방마다 다르고 이를 ‘사투리(方言)’라고 하듯이 민요도 지방마다 다르고 이를 ‘토리’라고 한다. ‘토리’라는 말은 한자로 ‘조(調)’ 또는 ‘제(制)’라고도 한다. 각 지방의 민요는 그 지방의 대표적 민요에 그 음악적 특징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그 민요의 제목에 ‘토리’라는 말을 붙인다. 우리나라 민요는 지방에 따라 서도민요(평안도·황해도의 ‘수심가토리’), 경기민요(서울·경기도의 ‘경(京)토리’ 또는 ‘창부타령토리’), 남도민요(충청도·전라도의 ‘육자배기토리’), 동부민요(동부지방의 ‘메나리토리’), 제주민요(제주도의 ‘서우제소리토리’)로 크게 구분한다.

농사의 마무리는 추수이다. 가을걷이를 하는 농사의 수확기에 부르는 노래로는 벼를 벨 때 부르는 벼베기 소리, 볏단을 묶으면서 부르는 소리, 볏단을 나르면서 부르는 소리, 벼를 떨면서 부르는 소리 등이 있다. 타작을 하면서 부르는 <보리타작소리>는 <옹헤야>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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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쫓는 소리
새 쫓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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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벼를 베기 전 참새 떼를 쫓으면서 부르는 새 쫓는 소리도 재미있다. “우여- 우여-”하면서 부르는 새 쫓는 소리는 노래가 아닌 것 같은 노래이다. 새를 쫓을 때는 소리도 하지만, 물건을 이용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박통에 씨앗을 넣어 소리를 내는 두름박, 나무토막 두 개를 마주쳐 소리를 내는 딱딱이, 끈을 엮여 만든 채찍인 파대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물건은 비록 ‘악기(musical instrument)’는 아니지만 훌륭한 ‘소리를 내는 기구(sound-producing instrument)’이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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