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2 음악과 일상 생활
  • 03. 세시풍속과 음악: 정월 대보름굿
  • 세시풍속과 음악: 정월 대보름굿
  • 농악의 지역별 특징
이용식

농악은 전승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의식구성, 편성, 복색, 음악, 춤사위 등이 각 지역의 문화에 맞게 발전하였다. 현재 농악을 지역별로는 호남좌도농악, 호남우도농악, 영남농악, 경기농악(웃다리농악), 영동농악 등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임실 필봉농악(제11-마호), 이리농악(제11-다호), 진주·삼천포농악(제11-가호), 평택농악(제11-나호), 강릉농악(제11-라호), 구례 잔수농악(제11-바호) 등이 각각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다.

경기농악은 주로 평택·안성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경기농악은 어느 지역 농악보다 전문 연희집단인 걸립패 혹은 사당패의 영향이 큰 농악이다. 이들 전문 연희패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고 도로 숙련된 기예를 연행하던 유랑 예인집단이다. 주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농악을 치고 집안의 액운을 막는 고사소리 등을 연행하는 촌걸립패 혹은 난걸립패, 불교 사찰과 관계를 갖는 절걸립패, 줄타기나 꼭두각시놀음, 살판, 버나 돌리기, 무동 태우기 등의 기예를 함께 연행하는 사당패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따라서 경기농악은 한 마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마을농악이라기보다는 그 마을에 거주하는 명인을 중심으로 하는 개인적인 단체(‘행중’이라고 함)의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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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농악
평택농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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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농악의 가락은 길군악 칠채(혼소박 14박자; 3+2/3+2/ 3/3/3+2/3+2/2+3+2+3, 징 7점에 의해 나뉨), 마당일채(혼소박 4박자; 2+3+3+2), 쩍쩍이(자진삼채, 조금 빠른 3소박 4박자), 자진가락(이채 혹은 따따부따, 빠른 2소박 4박자), 더드래기(빠른 2소박 4박자), 삼채(덩덕궁이, 3소박 4박자), 좌우치기(3소박 4박자), 양산 더드래기(3소박 4박자, 후반부에는 3+3+2+2+2로 바뀜), 연풍대(3소박 4박자), 인사굿(3소박 4박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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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 무동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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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좌도농악은 전라도 동북부 지역인 임실, 진안, 남원, 곡성, 구례 등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농악이다. 이 지역은 주로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산악지역이다. 산간지역의 음악은 힘차고 맺음이 확실한 가락을 갖는다. 또한, 산간지역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연행해야 하기 때문에 앞치배들이 상모를 돌리면서 노는 ‘윗놀음’이 발달하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호남좌도농악은 앞치배들이 상모(전립)를 쓰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호남좌도농악은 호남우도농악과 영남농악의 중간지역에 위치해서 두 농악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다.

호남좌도농악의 가락은 어름굿(단순가락), 갠지갠(3소박 4박자), 된삼채(3소박 4박자), 질굿(3소박 4박자), 오채질굿(혼소박 혼합박자), 일채 (3소박 6박자), 두마치(3소박 4박자), 이채(2소박 4박자), 삼채(조금 빠른 3소박 4박자), 사채(3소박 4박자), 육채(3소박 4박자), 칠채(3소박 4박자) 휘모리(빠른 3소박 4박자), 호허굿(혼소박 4박자), 자진호허굿(3소박 4박자), 풍류굿(3소박 4박자), 영산굿(3소박 4박자), 열두마치(3소박 4박자), 돌굿(3소박 4박자), 등지기가락(3소박 4박자) 등이 있다. 3소박 4박자 가락 중에는 3소박 둘을 2소박으로 2+2+2로 치는 가락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호남우도농악은 전라도의 서남부 지역인 익산(이리), 정읍, 부안, 고창, 영광, 광주 등지에서 전승되는 농악이다. 이 지역은 김제·만경평야로부터 나주평야에 이르는 광활한 곡창지역이다. 평야 지역의 농악은 가락이 화려하고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넓은 공간 에서 농악을 연행하기 때문에 전립을 쓰는 쇠잽이를 제외한 치배들이 머리에 고깔을 쓰고 여러 가지 진놀음을 하는 ‘아랫놀음’이 발달하였다.

호남우도농악의 가락은 인사굿(3소박 4박자), 우질굿(혹은 오채질굿, 혼소박 4박자), 좌질굿(혼소박 4박자), 외마치질굿(3소박 4박자), 일채 (빠른 2소박 4박자), 이채(빠른 3소박 4박자), 양산도(조금 빠른 3소박 3박자), 진삼채(혹은 느진삼채, 3소박 3박자), 된삼채(혹은 자진삼채, 조금 빠른 3소박 4박자), 정적궁이(혹은 덩덕궁이, 3소박 4박자), 풍류굿(3소박 4박자), 매도지(3소박 4박자), 오방진(조금 빠른 2소박 4박자), 진오방진(2소박 4박자), 낸드래미(3소박 3박자), 호허굿(혼소박 4박자), 달어치기(3소박 4박자) 등이 있다. 이처럼 호남우도농악은 가락의 종류도 많고 잽이들이 변주가락을 화려하며 섬세하게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남농악은 경상도 일대에 전승되는 농악이다. 영남농악은 다른 지역에 비해 북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이는 영남농악이 힘찬 가락을 선호하기 때문에 많은 수로 편성된 북이 힘찬 가락을 연주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악패의 북도 다른 지역의 북에 비해 그 크기도 크고 북을 들고 춤을 추는 북놀이가 발달하였다.

영남농악의 가락은 다른 지방의 농악 가락에 비해 매우 빠르게 몰아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느린 음악에서만 연주할 수 있는 혼합박자로 된 가락이 드물다. 가락의 종류로는 얼림굿(일채, 모듬굿, 단순박자), 인사굿(빠른 3소박 4박자), 오방진(진풀이, 빠른 3소박 4박자), 덧배기(빠른 3소박 4박자), 길군악(3소박 4박자), 3차 길군악 (3소박 2박자와 3박자의 혼합박자), 반길군악(빠른 3소박 4박자), 외연풍대(빠른 3소박 4박자), 영산다드래기(자부랑깽, 매우 빠른 3소박 4박자), 우물놀이(매우 빠른 3소박 4박자), 다드래기(빠른 2소박 4박자, 홑다드래기, 겹다드래기, 잔다드래기, 먹다드래기, 삼차다드래기 등이 있음), 먹벅구놀이(3소박 4박자), 등맞이굿(3소박 4박자), 호호굿(빠른 3소박 4박자), 굿거리(3소박 4박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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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농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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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농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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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농악은 다른 어느 지방의 농악에 비해 향토성이 깊이 배어 있다. 특히, 중요무형문화재 제11-라호로 지정된 강릉농악은 마을 공동체의 대동단결을 위한 전형적인 마을농악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이 농악은 정초의 지신밟기나 정월 대보름의 다리밟기, 2월의 좀상놀이,66) 음력 2월 6일에 卯星의 빛깔과 달과의 거리를 살펴 그 해의 길흉을 점치는 놀이이다. 3월의 화전(花煎)놀이 등의 명절의식과 관련되어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강릉농악은 농악패의 복색도 다른 지역에 비해 독특하며, 가락이 빠르고 힘찬 특징이 있다.

영동농악의 가락은 일채(한마치, 매우 빠른 3소박 4박자), 이채(빠른 2소박 4박자), 삼채(3소박 4박자), 사채(빠른 3소박 4박자), 길놀이(신식 행진가락, 2소박 4박자), 굿거리(3소박 4박자), 구식 길놀이(12채, 3소박 4박자), 구식 행진가락(천부당만부당, 3소박 4박자), 칠채(멍석말이, 빠른 3소박 4박자) 등이 있다. 영동농악의 가락은 대부분이 3소박 4박자로서, 다른 지방에 비해 복잡한 가락이 쓰이지 않아서 단출한 것이다.

우리나라 세시명절 중에서 가장 민속의례와 놀이가 거행되는 날은 정월 대보름이다. 이 날은 특히 농악패가 풍물소리를 울리면서 일년의 액운을 막고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는 대보름굿이 전국적으로 거행된다. 농악은 농민의 음악이기에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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