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2 음악과 일상 생활
  • 04. 종교와 노래: 굿음악
  • 종교와 노래: 굿음악
  • 무가(巫歌)
이용식

굿판에서 무당이 부르는 무가의 종류와 양은 매우 많다. 무가는 그 기능에 따라 신을 모시는 청배(請陪)무가, 신을 축원하는 축원(祝願)무가, 신을 놀리는 오신(娛神)무가, 신을 보내는 송신(送神)무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무가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노래가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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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
바리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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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무가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 신의 내력을 이야기 하는 장편의 무가인 서사무가이다. 서사무가는 신의 ‘근본을 푼다’는 의미로 보통 ‘본(本)풀이’라고 부른다. 또한, 신이 기거하는 본향(本鄕)에서부터 굿하는 장소까지 오는 노정을 노래하는 무가는 ‘노정기(路程記)’라고도 한다. 대개 서사무가를 부르는 경우에는 장구 반주만으로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에 따라서는 무당이 직접 장구를 치면서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서울 굿에서 <바리공주> 무가를 부르는 경우 무당은 장구를 비스듬히 세로로 세워놓고 장구의 한 쪽 면만을 외장구로 치면서 다른 한 손에는 방울을 들고 흔든다.

전라도 굿에서 <당금애기>를 부르는 경우 무당이 장구를 들고 외장구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 굿에서는 무당이 장구를 앞에 놓고 직접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무당이 직접 장구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서사무가는 서정무가에 비 해 장단이 일정하지 않고 낭송조로 읊조리면서 연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해안 굿에서는 무당이 악사가 반주하는 제마수 장단에 얹어 서사무가를 부르는데, 다른 무가는 대개 여러 대의 악기로 반주하지만 제마수 장단으로 부르는 서사무가는 장구만으로 반주한다. 이렇게 어느 지역의 굿에서나 서사무가를 부르면서 반주악기를 최소화하는 것은 서사무가가 여느 무가에 비해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악기 소리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노래의 신성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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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풀이를 구송하는 제주도 무당
본풀이를 구송하는 제주도 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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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특히 서사무가인 본풀이가 많다. 제주도에는 흔히 ‘18,000명의 신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신의 내력을 노래하는 본풀이가 특히 많은 것이다. 제주도 굿의 <본풀이> 무가는 종류나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 무당의 조상신을 맞을 때 부르는 <초공 본풀이>, 서천 꽃밭의 꽃을 관장하는 이공신을 노래한 <이공 본풀이>, 전상(평상시와는 달리 해괴한 짓을 하는 행위, 또는 그렇게 만드는 신을 일컫는 말)을 관장하는 신을 노래한 <삼공 본풀이>, 세상이 만들어지는 천지개벽부터 굿하는 장소까지를 노래하는 <천지왕 본풀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역할을 하는 삼승할망(삼신할멈)을 노래한 <삼승할망 본풀이>, 인간의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지장신을 노래하는 <지장 본풀이>, 문(門)의 신인 ‘문전’을 노래하는 <문전 본풀이>,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강림차사를 노래하는 <차사 본풀이>,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칠성신을 노래하는 <칠성본풀이>, 삼천년을 살았다는 소사만이를 노래하는 <멩감 본풀이>, 농축(農畜)을 관장하는 신인 세경신의 신화를 노래하는 <세경 본풀이> 등 이 있다. <세경 본풀이> 중에 등장하는 자청비는 김진국 대감과 조정국 부인 사이에 태어난 딸인데, 이 인물이 요즘 시중에 판매되는 술인 ‘자청비’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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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 무가를 구송하는 무당(1930년대 엽서)
바리공주 무가를 구송하는 무당(1930년대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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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무가로 유명한 것이 <바리공주> 무가이다. <바리공주>는 일명 <바리데기>라고도 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오구풀이>, <칠공주> 등으로도 부른다. <바리공주>는 무당의 조상신, 즉 무조신(巫祖神)이 된 바리공주의 일생을 다룬 장편의 서사무가이다. 바리공주는 오구대왕의 일곱 번째 딸인데, 왕비가 여섯 명의 딸을 낳고 일곱 번째도 딸을 낳아서 화가 나서 버렸기 때문에 ‘버린 공주’라는 의미로 바리공주라고 부른다.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바리공주는 석가세존의 지시로 바리공덕 할아비와 할미에게 구해져 자란다. 바리공주가 15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가 죽을병에 걸려 서천국의 약수를 구해야만 한다. 아무도 서천국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바리공주가 약수를 구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난다. 저승세계를 지나 신선세계에 이른 바리공주는 무장신선을 만나 약수를 받기 위해 나무 하기 3년, 물 긷기 3년, 불 때기 3년, 모두 9년 동안 일을 해주고 무장신선과 혼인을 해서 아들 일곱을 낳은 뒤 약수를 가지고 돌아온다.

바리공주가 도착하였을 때 이미 아버지는 승하해서 장례를 치르려 하고, 바리공주는 상여를 멈추게 하고 약수로 아버지를 살려낸다. 살아난 아버지는 바리공주의 소원을 묻는데, 바리공주는 무당의 왕이 되고자 한다. 바리공주의 일곱 아들은 저승의 십대왕(十大王)이 된다. 이런 바리공주의 이야기는 무당의 조상신에 대한 이야기이고, 무당은 사람이 죽어서 하는 오귀굿에서 바리공주의 이야기를 노래하면서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바리공주> 이야기는 많은 소설이나 연극, 뮤지컬 등의 소재로 쓰여졌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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