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3 조선시대 사람들의 춤
  • 01. 왕의 춤
  • 세조, 춤추라고 명하기를 좋아하다
조경아

세조(世祖, 1417∼1468) 재위 13년(1455∼1468) 동안 임금과 신하 간의 술자리가 자주 벌어지며, 술에 취해 춤추는 신하들의 기사가 꽤 많이 등장한다. 대부분은 세조가 세자·종친·재신들에게 춤추기를 명하는 기사였고, 세조 자신이 직접 춤을 춘 기사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세조가 직접 춤을 춘 것은 1455년 8월 16일에 창덕궁에 거둥하여 노산군(魯山君, 단종)을 알현하고 인정전에서 개국(開國)·정사(定社)·좌명(佐命)·정난(靖難)의 4공신에게 잔치를 베풀었을 때이다. 음악이 연주되고 춤꾼과 북치는 사람이 들어오자, 양녕대군 이제(李禔, 1394∼1462)가 비파를 잡고, 권공(權恭)이 징을 잡았다. 여러 공신이 차례로 일어나서 춤을 추었고, 연주가 끝나려고 할 때 세조도 일어나 춤을 추었다.113) 『세조실록』 권2, 세조 1년 8월 16일 기미.

확대보기
세조
세조
팝업창 닫기

세조가 1455년 6월에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찬탈하고 두 달 뒤인 8월에 연 잔치이기 때문에, 왕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과시하려는 성격이 강하였다. 이 자리에서 공신들은 동맹(同盟)을 맺은 사람들의 명단이 적힌 족자인 맹족(盟簇)을 노산군과 세조에게 올렸다. 세조로서는 바라던 왕위를 얻고 공신들의 충성까지도 약속받는 더할 수 없이 기쁜 자리였다. 그래서 공신들이 차례로 춤을 추자, 세조도 흥에 겨워 마지막에 일어서서 춤을 추었다. 양녕대군과 권공의 음악 연주까지 곁들였으니 흥은 최고조에 이르렀을 듯하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