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3 조선시대 사람들의 춤
  • 02. 선비의 춤
  • 또 하나의 관문, 춤
  • 1. 과거 합격자의 춤
조경아

과거에 합격하였거나 관직에 제수된 자는 임금에게 감사의 뜻을 사례하였는데, 이를 사은(謝恩)이라고 하였다. 이 기쁨의 공간에서 임금은 합격자에게 춤을 권하기도 하였다. 세조 12년(1466)에 경복궁의 사정전에서 임시 과거인 발영시(拔英試)에 합격된 문과·무과 출신자가 사은하니, 세조가 합격자에게 벼슬자리를 하사하고 이어서 술자리를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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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도』 삼일유가, 김홍도
『평생도』 삼일유가, 김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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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는 과거 합격자의 이름과 나이를 비롯하여 가족 관계와 독서 등을 묻고 벼슬을 내렸다. 당시 급제자 중 이예(李芮, 1419∼1480)와 정난종(鄭蘭宗, 1433∼1489)이 지은 시에는 ‘술에 취해 춤추고, 정신없이 노래한다(醉舞狂歌)’란 시어가 있었다. 세조는 그 시어를 현장에서 실현시켜, 즉시 장원 이하에게 모두 일어나서 춤을 추도록 하였다.145) 『세조실록』 권39, 세조 12년 5월 16일 병술. 이들의 춤은 기쁨의 춤, 영광의 춤이었다.

과거에 급제를 한 것도 영광인데, 자신이 지은 시구처럼 일어나 춤을 춘 것은 당사자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영광이었을 것이다. 형조판서까지 오른 이예의 사망 후 그의 행적을 기록한 졸기에는 “세조가 시를 지어 바치게 하였는데, 이예가 지은 것을 보고는 가상하게 여겨 일어나서 춤을 추도록 명하였다. 그리고 손을 잡고 술을 내렸는데, 이예가 물러나와서 소매 속을 보니, 임금의 글씨로 ‘공조 참판’이라고 쓴 작은 종이가 있었다.”라고 기록은 전한다.146) 『성종실록』 권124, 성종 11년 12월 25일 경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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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사마동방록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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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본인에게 춤을 추도록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생과 함께 춤을 추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1466년(세조 12)에 재상 이하의 문무관과 종친을 대상으로 임시 과거인 등준시(登俊試)를 시행하였는데, 합격한 최적(崔適, ?∼1487) 등이 은혜를 사례하고 풍정(豊呈)을 바쳤고 세조가 근정전에 나아가서 이를 받았다. 술자리가 흥이 오르자, 세조는 4명의 기생과 등준시에 합격한 사람을 일어나 춤추게 하였다. 또한, 영순군(永順君) 이부(李溥, 1444∼1470)에게 명하여 널빤지를 두드려서 박자를 맞추는 악기인 단판(檀板)을 쥐고 악공을 거느리게 하고 지극히 즐거워하였다.147) 『세조실록』 권40, 세조 12년 11월 25일 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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