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5 전통음악 공연에 대한 역사적 엿보기
  • 03. 현장 돋보기1-조선시대
  • 궁궐에서의 공식적인 공연
전지영

궁궐에서의 공연은 엄격한 형식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 궁중음악은 등가(登歌)와 헌가(軒架)의 두 악대로 이루어진다. 등가는 궁궐의 섬돌 위에 위치하며, 헌가는 그 아래 전정에 위치한다. 이런 악대배치는 음양의 조화에 기초한 것이며, 이런 배치법은 1116년 송나라로부터 고려에 아악이 전해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어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등가와 헌가의 악기배치 역시 조금씩 변천을 거쳤 는데, 예컨대 조선 전기와 조선 후기의 전정헌가 악대 배치는 다음과 같이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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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가
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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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가
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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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배치도를 보면 조선 후기 들어서 헌가 악대에 거문고, 가야금 등의 현악기들이 빠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전정헌가는 현악기가 빠지고 관악합주 위주로 연주되었던 것을 보여주며, 이는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반면 조선 후기 등가 악대는 아래와 같이 관현이 갖추어져있다.

이와 같은 등가와 헌가 악대가 연주하는 음악은 조선시대 세종 재위시절 중국계 아악으로 연주되도록 정비되었다. 백관과 종친들이 임금에게 하례하는 가장 큰 행사였던 조회, 조회에 이어 펼쳐진 공식적인 연회인 회례, 여러 제례행사에 모두 아악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악은 세종 당시에만 사용되었고,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아악은 이념적으로는 바른 음악의 대명사였지만, 중국계 음악이었기 때문에 조선의 궁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없었다. 다만, 공자를 제사지내는 음악인 문묘제례악만은 아악을 계속 사용하였으며,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공자는 중국인이기 때문에 그를 제사지낼 때 중국계 음악을 쓰는 것이 타당하였다. 반면 조선왕 조의 역대 조상을 제사지내는 종묘제례악의 경우 세종 당시 제정한 아악을 폐기하고, 세조 때부터는 향악인 정대업과 보태평을 사용하였다. 원래 정대업과 보태평은 회례연에 사용하기 위해 세종 때 만들었으나, 세조 때 종묘제례악으로 전용한 것이다.

<표> 조선 전기 『오례의』의 전정헌가 배치
건고 응고
편종   편경
     
편종 월금 가야금 당비파 당비파 방향   방향 당비파 당비파 현금 향비파 편경
  태평소 피리 피리 피리 장고   장고 피리 피리 피리 태평소  
  해금 장고 진고 장고 해금  
편경 화금 퉁소 당적 장고   장고 당적 퉁소 편종
  小芩 중금 대금 대금 장고   장고 대금 대금 중금 소금  
<표> 정조 당시전정헌가 배치
삭고 건고 응고
방향 편종   당비파 편경
  피리 피리 피리 당비파   당비파 대금 대금 대금  
편경 피리 피리 피리   대금 대금 대금 편종
  空手 空手 空手 해금   해금 퉁소 당적 당적  
  空手 空手 장고   장고 空手 空手  
<표> 헌종 『무신진찬의궤』 등가 배치
 

갈 고
퉁소 낭적 비 파 아 쟁 가 야

방 향   방 향
가 야
아 쟁 비 파 낭적 퉁소


 





피 리 피 라 피 리 피 리 피 리 장 고 교 방 고   교 방 고 장 고 피 리 피 리 피 리 피 리 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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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제례
종묘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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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등가와 헌가의 연주자들은 장악원 소속 악공들이었으며, 그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한 편이었다. 조선 후기에는 장악원 악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였으며, 자연스럽게 궁중음악의 전승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조선말기 주요 궁중음악들의 쓰임을 보면, 조회·회례를 비롯한 많은 의식에서 임금의 출궁과 환궁에는 여민락 계통의 음악(여민락 만과 령)을 사용하였고, 19세기에는 <정읍>도 임금의 출궁에 사용되었다. 백관과 종친들이 임금에게 절할 때는 <낙양춘>을 연주하였고, <보허자>의 경우는 예연(禮宴)의 여러 절차에서 무용반주로 사용되었다. 무용(정재)은 무동과 여령이 담당하였는데, 여령은 대부분 태의원의 의녀들이었다. 장악원 악공과 의녀들은 이육회(二六會)라고 해서, 장악원 앞에서 한 달에 여섯 번 공개된 연습을 하였는데, 궁궐 밖을 사는 이들의 귀한 볼거리였으며, 많은 이들이 운집해서 관람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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