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5권 ‘몸’으로 본 한국여성사
  • Ⅰ. 신성에서 세속으로-1 여성의 몸, 숭배와 통제 사이
  • 01. 신성(神聖)한 몸
  • 관음(觀音)의 현신
김선주

신령한 존재로, 비상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숭상되던 여성의 모습은 불교 유입 후에는 관음의 현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효는 낙산사에 관음의 진신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친견하기 위해 가던 도중 2명의 여성을 만났는데, 이들은 원효를 시험하기 위해 나타난 관음의 현신이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원효는 결국 낙산사에 도착하였으나 관음을 친견하지 못하였다.28) 『三國遺事』 卷2, 紀異第二, 駕洛國記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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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낙산사 의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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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왕대 경흥이라는 명망있는 승려가 병이 나자 한 여승이 나타나서 “근심으로 생긴 병이니 즐겁게 웃으면 나을 것이다.”라며 열한 가지 모습을 지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었다. 경흥의 병은 씻은 듯이 나았는데, 여승은 남항사로 숨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지고 있던 지팡이가 11면 관음보살이 그려진 탱화 앞에 서 있었다고 하여,29) 『三國遺事』 卷5, 神呪第六, 憬興遇聖條. 경흥의 병을 고친 여승은 11면관음보살의 현신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남편인 광덕의 성불을 돕고 엄장을 일깨워 서방정토로 가도록 이끈 광덕의 처는 분황사의 여종인데 관음보살의 19응신 가운데 하나였다고 하였다.30) 『三國遺事』 卷5, 神呪第六, 廣德嚴壯條. 경덕왕대 미륵불과 미타불을 염원하던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에게 나타나 성불하도록 이끌어 주었던 여성 역시 자신을 관음보살로 칭하고 있다.31) 『三國遺事』 卷3, 塔像第四, 南白月二聖 努肹夫得 怛怛朴朴.

인도에서 관음은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지 않으며, 중국에서도 일부 남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관음이 대체로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32) 김두진, 「한국 古代 女性의 지위」, 『한국사시민강좌』 15, 1994.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고대 관음상을 보면 허리가 잘록하거나 아름답게 치장한 모습으로 여성성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고대 사회에 관음의 현신이 주로 여성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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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잘록하고 장식이 많은 신라시대 관음보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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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잘록하고 장식이 많은 신라시대 관음보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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