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5권 ‘몸’으로 본 한국여성사
  • Ⅰ. 신성에서 세속으로-2 친족 일부로서의 몸
  • 03. 성·신체·재생산
  • 출산은 경쟁력!
  • 3. 서민 및 노비
권순형

피지배층 여성의 출산은 노동력과 세원이었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이에 국가에서는 재생산 관련 규정들을 법제화하였다. 우선 미혼 여성이 승려가 되는 것을 금해 출산 감소를 막고자 하였다. 또 쌍둥이를 낳거나 많은 자손이 부역에 종사하면 상을 주었다. 예컨대 예종 때 패강 나루터에 사는 여자가 한 번에 아들 세 명을 낳았다. 해당 관리가 전례에 의해 곡식 40석을 주었다고 보고하자 왕이 50석을 더 주라고 명하였다.146) 『고려사』 권12, 세가12, 예종 3년 8월 계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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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탁 묘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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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명종 때는 수주(현재 수원) 정곡촌에 있는 어떤 늙은 할머니의 나이가 104세이며 그 자손으로서 장정이 모두 95명인데 그들을 몽땅 국가 부역에 내보냈다는 말을 듣고 왕이 그 할머니에게 곡식 30석을 주었다는147) 『고려사』 권20, 세가20, 명종 25년 정월 계묘. 기록도 있다. 이는 구휼의 의미와 함께 다산 장려를 위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죄수나 죄인 가족이 해산을 하는 경우에도 보호 규정을 두어 노동력 확보에 힘썼다. 즉, “구금 중에 있는 부녀가 해산달이 가까워졌을 때는 보증을 세우고 나가게 하되 사형죄는 산후 만 20일, 유형죄 이하는 만 30일로 한다.”거나148) 『고려사』 권85, 지39, 형법2 휼형. “유형지로 가거나 유형지를 옮기게 되는 자가 도중에서 부인이 해산을 하였을 때는 그의 가족과 함께 20일 간의 말미를 주고 심부름하는 여자가 여종인 경우는 7일 간의 말미를 주었다.”는149) 『고려사』 권85, 지39, 형법2 휼형. 규정이 그것이다. 여성의 몸은 국가의 역을 담당할 자식을 낳는다는 측면에서 중시되었던 것이다.

또한, 천인의 경우 여성 노비가 남성 노비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겨졌다. 그 이유는 자식 때문이었다. 고려시대에 노비가 양인과 관계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천인에 속한다. 만일 같은 노비 신분끼리 관계해 아이를 낳았다면, 아이는 종모법에 따라 어머니측 주인의 소유가 되었다. 이에 여자 노비, 특히 가임 기간에 있는 여자 노비의 가격이 남자 노비보다 더 비쌌다. 즉, 남자 노비의 나이가 15세 이상 60세 이하 일 때는 베 100필, 15세 이하 60세 이상일 때는 50필이었다. 반면 여자 노비의 나이가 15세 이상 50세 이하일 때는 120필, 15세 이하 50세 이상 일 때는 60필이었다.150) 『고려사』 권85, 지39, 형법2 노비. 여자 노비의 출산력은 곧 그녀의 가치였던 것이다. 이처럼 여성의 출산은 계층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이 시기 국가와 가정을 유지, 재생산하는 동력이었고, 여성들의 주요한 성취 수단이었다는 점은 차이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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